공정거래위원회가 인공지능(AI) 시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생성형 AI 시장을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주도하면서 독과점과 소비자 피해 등이 발생하는지를 들여다볼 전망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AI 시장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AI 기술이 일상과 산업, 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면서 경쟁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로고가 비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공정위는 국내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해외 AI 기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 뒤를 구글의 ‘제미나이’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한국판 챗GPT를 지향한 ‘클로바X’를 출시했지만,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코GPT 2.0′ 공개를 예고했지만, 계속 공개 시기를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이 AI 시장에서 본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독과점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생성형 AI 서비스 시장은 2023년 113억 달러(약 14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2028년에는 518억달러(약 6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공정위는 AI 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규 사업자 진입 저해나 경쟁 제한 등의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주요 조사 항목은 생성형 AI 시장의 주요 사업·서비스 유형과 내용, AI 시장 참여자 간 통상적 거래 방식 및 조건, 데이터 이용 관련 사항 파악 등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알고리즘 담합이나 콘텐츠 제공자에 대한 불이익, 선(先) 개방 후(後) 이용 제한 등의 문제가 없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에 공정위는 경쟁법과 AI 시장 관련 전문가가 공동으로 연구팀을 구성하거나, 자문 체계를 갖추도록 준비에 나선다.

공정위는 올해 연말 AI 시장과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책보고서에는 신기술 시장의 구조, 경쟁·소비자 이슈에 대응하는 공정위 정책 방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각에선 신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존 공정거래법이 아닌,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진 않은지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가 시장참여자들의 반칙행위를 예방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공정거래법으로 충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AI 시장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경쟁 제한이 고착되지 않도록 할 방안에 대해 볼 것”이라며 “AI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제재 방안도 정책보고서에 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