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53원을 넘어서면서 연중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것은 이달 들어 네 번째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이 심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오른 135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점이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등 마감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원화 가치는 4월 들어 급락하고 있다. 지난 1일 1349.40원에 마감하며 종가기준 연고점을 기록했고, 이튿날(1352.1원)엔 올해 처음으로 1350원을 넘겼다. 5일(1352.8원)과 8일(1353.2원)에도 환율이 연달아 오르면서 6거래일 만에 연고점을 네 번 경신했다.

그 배경엔 탄탄한 미국 경제가 있다.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50.3)를 찍었고, 비농업 고용 증가 폭(30만3000명)도 시장 예상치(21만4000명)를 훌쩍 넘겼다. 경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요원해지고, 달러 강세도 지속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49.9%로 보고 있다. 하루 전(53.2%)보다 인하 확률이 3.3%포인트(p) 작아졌다.

앞으로도 강달러를 부추길 수 있는 변수는 남아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가 대표적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는 등 중동에 드리운 전운은 짙어지고 있다. 전쟁 우려가 커지면 안전 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쏠린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실적도 관심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달 CPI가 1년 전보다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늦춰질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시간(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1.55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간 기준가 894.50원보다 2.95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