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충북 보은 APC 사과 선별장에서 저장 중인 사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과꽃 개화 시점을 앞두고 정부와 농가의 날씨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과꽃이 작년처럼 평년보다 일찍 필 경우 ‘꽃샘추위’가 닥치면 냉해를 다시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납품가 지원 등으로 사과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금(金)사과 논란은 여전하다. 또다시 냉해가 발생할 경우 내년까지 과일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부사 품종 꽃 만개 시기는 평년보다 10일 이상 빠른 4월 10~13일(경북 군위 기준)로 전망됐다.

지난해처럼 4월 초중순 이상기후로 서리 등이 내리면 사과는 냉해를 입게 된다. 사과는 개화기 전후 최저기온 영하 2도 내외에서 저온 피해를 입는다. 꽃이 저온 피해를 입으면 암술과 수술이 상해 수정률이 낮아지고 기형과가 맺히는 문제가 생긴다.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지는 것은 겨울철 온화한 날씨 때문이다. 지난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1도였다.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한 2월을 보냈다. 반면 3월 날씨는 작년보다 평균 2.5도 낮았다. 그러나 강수량과 황사일수도 평년보다 많아 일조량이 예년보다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과 대표 산지인 군위의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0~2도를 기록했다. 한낮 날씨는 20도를 넘어섰지만, 오전은 쌀쌀한 날씨를 보였다. 이러한 기온 흐름은 냉해 피해가 컸던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4월 초 아침날씨는 최저 1~3도를 보이고, 한낮에는 25도까지 오르는 큰 일교차를 보였다. 하지만 개화기를 맞은 8일부터 13일까지 닷새가량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는 날씨가 이어져 저온 피해를 입었다.

농가들 사이에선 최근 날씨가 지난해 양상과 비슷해 냉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개화기인 10일 어간에 군위 지역 오전 날씨는 영상 8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돼 냉해 걱정은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개화를 시작하기 전까지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 개화가 지연되는 게 작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당초 예상보다 개화가 늦어져 ‘벚꽃 없는 벚꽂 축제’가 열리는 것처럼, 사과 역시 개화 시기가 늦어지는 게 냉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혁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장은 “최근 며칠 날씨처럼 비가 내리고, 온도가 급하강하면 사과의 개화 시기가 늦어진다”면서 “이른 개화가 냉해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꽃이 피기 전까지 추운 날씨를 유지해 완연한 봄날씨가 온 후에 개화하는 게 작황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최근 봄철 과수 개화기 저온 피해는 규모도 크고, 발생 빈도가 높다”며 “냉해 예방 영양제 살포를 제때 하는 등 저온 피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