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병이 나으면 약을 안 먹는 게 맞다. 4·10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국회를 잘 설득해 막아놓은 부동산 규제를 풀어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지만, 정상 컨디션이 돼도 약을 먹는 사람은 없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다양한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재건축 3대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안전진단, 재개발 초과 이익환수(재초환)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사실은 재건축을 시장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라며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한다고 해도, 집값이 남을까 의문인 지역들이 많다. 전국을 똑같이 적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부동산 매매 시장에 대해 "아파트의 경우 그야말로 잔잔한 파고를 지나고 있다"며 "지난 2021년 10월 최고가에 비해 85~90% 수준이고, 전셋값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다만, 전세 계약에서 갱신 이뤄지는 사례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역전세가 나타나는 곳이 40~45% 정도"라며 "전세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로 갈 경우 몇 가지 대책을 준비해 바로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수도권 미분양 대책은 별도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 미분양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어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도입했다"라면서도 "수도권 미분양은 지방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건설업 '4월 위기설'에 대해 박 장관은 "4월 총선이 지나면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터트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정부가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장관들끼리 가지고 있는 컨센서스는 (부동산 PF를)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현재의 PF 사업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PF 사업은 작은 자본으로 큰 빚을 내 하는 사업으로 건전하지 못하다"라며 "적은 돈을 가지고 잘되면 돈 많이 벌고 안되면 망하는 '모 아니면 도'로 가는 게 지금의 구조인데,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개통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수서∼동탄 구간의 예상 수요가 국토부 예상보다 적다는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구성역이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라며 "승객들이 연계 교통망을 확인하고 자신의 교통 패턴을 바꾸는 '램프업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장관은 "오히려 GTX-A가 많이 붐비는 것을 걱정해 국토부와 코레일 등이 한 달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라며 " 구성역이 개통되기 전에 이 정도면 초기 시점으로는 흥행에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GTX-A 수서~동탄 구간의 지난 1일 첫 출근길(오전 5시 30분~9시) 운행에서 총 1907명의 승객이 이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토부가 조사한 평일 출근 2시간(오전 7∼9시) 예상 수요(4799명)의 약 40% 수준이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박 장관은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정부 정책, 국회 입법화 과정 등 정책들을 윤석열 정부 정책 안건으로 정식 발표하는 등 바쁘게 지냈다"라며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통해 마련된 179개 정책 과제를 한치 차질 없이 빨리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