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생산과 투자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제 회복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도체 효과로 지난달 국내 생산은 4개월 연속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9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월 설 연휴 영향으로 음식료품과 화장품 소비가 뚝 끊기면서 내수 흐름은 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소비가 지난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전히 지표 흐름은 좋지 못한 모습이다.
◇ 반도체 업황 개선에 제조업 전반 '방긋'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3(2020년=100)으로 전달보다 1.3% 상승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지난 11월 0.3% 반등한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산업 생산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반도체의 선전(善戰)이 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1% 늘었다.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4.8%), 기계장비(10.3%), 전자부품(12.5%)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제조업 출하는 반도체(7.9%)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보다 3.1% 줄었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큰 물줄기가 다른 제조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제조업 28개 하위업종 중 반도체를 포함한 18개 업종의 생산 지표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지난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3% 증가하면서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업체 고성능 시설투자(HBM)에 따른 장비 도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생산 측면에서는 정보통신(IT) 업황 반등과 함께 시장 내 반도체 빅사이클 기대감이 확산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 '먹고 바르는' 소비 대폭 줄어
그러나 소비가 부진한 점이 경제 회복 흐름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경제의 세 축 가운데 생산·투자는 반도체 효과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소비는 우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달 전보다 3.1%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지난 3, 4분기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0.5%)과 지난 1월(1%)에 증가하는 듯했지만,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크게 감소한 데는 설 연휴 직후 음식료품이나 화장품 구매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 의류와 같은 준내구재 판매는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4.8% 줄었다. 기재부는 통상 음식료품이나 화장품은 연휴 기간에 구매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기간 전에 미리 음식료품을 구매해 두는 경우가 많아 2월 소비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3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하면서 차량구매를 미룬 것도 소비 감소의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 1월 한 달간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삼세페)가 진행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도 지난 1월 출시돼 소비자들의 구매가 몰렸던 기저 효과가 있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김귀범 과장은 "소비 흐름은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다만, 생산이나 수출보다 (증가세가) 강하지 않아 속도 차이가 있지만, 내수는 꾸준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수 흐름을 긍정적으로 관망하고 있지만,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수 있지만,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라며 "중국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점도 내수 회복으로 나아가는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