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 이후에도 단기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는 연초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입되고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발행시장에서도 기업어음(CP)이 순발행으로 전환하는 등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4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주요 단기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3.67%까지 올랐던 통화안정증권(한은이 금융기관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증권) 91일물 금리는 올해 1월부터 3.4%대로 낮아졌고, 은행채 3개월물은 작년 11월 4.01%까지 올랐다가 이달 3.66%로 내려왔다.

주요 단기금리·발행주체별 CP 발행금리 추이. /한국은행 제공

CP(91일물) 발행금리도 꾸준히 하락세다. 민간기업이 발행한 CP의 금리는 작년 11월 4.39%에서 이달 3.91%로 내렸다. 같은 기간 증권사(4.70%→3.83%)와 공사·공단(4.19%→3.79%), 캐피탈(4.52%→3.85%), 프로젝트파이낸싱-자산유동화기업어음(4.87%→4.27%) 등도 줄줄이 내렸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사태로 단기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기업과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금융상품 발행량을 늘리면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져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단기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배경에는 우호적인 대내외 금융여건이 있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주식·채권보다 안전한 MMF·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숨통이 트였고, 기관들이 올해 초 자금집행을 재개하면서 수급여건이 개선됐다. 한은이 올해 1~2월 중 기간물 RP 매입을 4회(총 18조5000억원 규모) 실시한 것도 영향을 줬다.

발행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올해 1월 민간기업과 공사·공단, 증권사, 캐피탈사 등의 CP(단기사채 포함) 순발행 규모는 5조2000억원으로, 전월(-9조8000억원) 순상환에서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상환 규모보다 발행 규모가 더 크다는 뜻이다. 일단 단기로 자금을 빌리고 금리가 낮아질 때 장기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단기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시장이 태영건설 이슈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데다 대내외 금융여건도 우호적으로 움직인 데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부동산경기 부진 지속, 고금리·고비용에 따른 사업성 저하 등으로 부동산PF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PF시장 전개 상황과 단기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