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전반적으로 국제 결혼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베트남 국제 결혼’ 형태 못지않은 증가율을 보여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한국 남자와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가 최근 일본에서 흥행하는 등 일본 여성들의 한국 남성 선호 현상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의 한 장면. /인스타그램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는 840건으로 전년 대비 40.2%(241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1만9700건)와 비교하면 일부이긴 하지만, 여타 국적과 비교해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인 남성과 나이가 어린 베트남 여성의 국제 결혼 형태가 가장 흔하다. 작년에는 이 유형의 증가율(48.3%·1604건↑) 다음으로 일본 여성과의 혼인 증가 폭이 컸다.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필리핀 여성과의 혼인(23.6%·120건↑)보다도 20%포인트(p)가량 높았다.

반면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의 혼인은 여전히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런 혼인 건수는 143건이었는데, 미국·중국·베트남·캐나다·호주·영국에 이어 7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22년(125건)보다는 늘었으나, 2021년(140건)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한국인 아내와 일본인 남편의 혼인을 종류별로 보면, 초혼(2022년 92→89건)은 되레 줄었고 재혼(33→54건)이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본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혼인 사례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국적이 한국이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외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총 6682쌍이 결혼했는데 1561쌍이 한국인 남성과의 혼인이었다. 비중(23.4%)과 건수가 전체 국적 중 1위였는데, 특히 중국인 남성(903건), 미국인 남성(1049건)과의 혼인 건수보다 훨씬 많았다. 양국에서 혼인신고한 건수가 달라 한국과 일본의 혼인 통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픽=손민균

코로나 팬데믹 종식에 따라 국제 결혼이 다시 활성화되는 영향도 있지만, 일각에선 일본 내 한국 남성 선호 현상과 결부 짓는 시선도 있다. 일본 TBS와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아이 러브 유’란 제목의 드라마 인기가 높은 것도 일본 내 분위기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한국인 유학생 남성인 태오(채종협)와 일본인 여성인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드라마 곳곳에 한국어 대사와 한국 문화가 등장하는데,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국식’ 연애 스타일을 세세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 첫 방영된 이 드라마는 공개 당시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남자 주인공인 한국 배우 채종협은 제2의 ‘욘사마’인 ‘횹사마’로 불릴 정도다.

드라마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한일 커플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토모토모’(구독자 103만)·'제주커플’(53만)·'쿠키커플’(구독자 35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는 ‘K-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라는 리얼리티 예능을 방영하기도 했다.

여기엔 최근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해빙되면서,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도 한 몫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지난달 18일 일본 160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37%가 “한국이 좋다”고 대답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14%에 머물던 것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