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19일 30년 국채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거래량은 상장 첫날보다 늘어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선물 거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년 국채선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모두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 20일 30년 국채선물 거래량은 209계약(매수 기준), 거래대금은 274억140만원이었다. 상장일인 지난달 19일 거래량 17계약, 거래대금 22억2300만원과 비교하면 각각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 30년 국채선물, 거래량·거래대금 모두 10배로

국채선물은 국채가격 하락 위험을 상쇄하는 데 유용한 상품이다. 예컨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0년물 국채(액면가 10만원, 발행금리 연 3.3%)를 1년 뒤에 팔아야 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치자. 매도 시점에 시중금리가 3.5%로 오른다면 투자자가 보유한 국채의 매력이 떨어진다. 시중에 더 많은 이자를 줄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10년물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는 시중금리가 낮을 때 1년 뒤 10년물 국채를 액면가 10만원에 매도하는 선물 계약을 체결해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30년 국채선물은 30년물 국채 시장 확대와 함께 도입됐다. 초장기 국고채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위험을 관리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 올해 1월 기준 전체 국고채에서 30년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0.1%이며, 발행금액은 308조9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먼저 상장한 10년·5년 국채선물과 비교하면 아직까진 시장의 반응이 잠잠한 편이다. 10년 국채선물은 첫 상장일인 2008년 2월 25일 212계약(103억5700만원)이 거래됐고, 5년 국채선물도 첫 상장일인 2003년 8월 22일에 1372계약(1550억400만원)이 거래됐다. 상장 첫날 거래량 기준으로 보면 30년 국채선물의 거래량(17계약)은 10년 국채선물의 8%, 5년 국채선물의 1%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지난 한 달간의 30년 국채선물 거래실적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0년 국채 현물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프라이머리딜러)들이 금리 인상(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채선물을 매수하는 경우가 있지만, 선물을 팔고 싶어도 이를 받아줄 매수자가 없어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국채선물은 국채가격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투자 가능한 상품인데, 초장기 국채일수록 가격의 변동성이 커 선뜻 매수하기가 어렵다"면서 "이런 이유로 30년 국채선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상대적으로 모두 작은 편"이라고 했다

◇ 정부, 30년 선물 시장 안착 지원…"시장 참여자 만날 것"

전문가들은 향후 30년 국채선물 거래가 활발해진다면 시장에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30년 국채현물에 쏠린 수요가 30년 국채선물로 옮겨가면서 장단기 국고채 수익률 역전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국채선물은 소규모 증거금(선물거래 계약금액의 2~10% 수준)만 내도 거래가 가능해, 적은 돈을 들여 수익을 보려는 채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국채현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금리는 오른다. 최근 30년 국채 수익률은 3.32%대로, 20년물(3.41%), 10년물(3.45%) 등 만기가 더 짧은 채권보다 금리가 낮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미상환 리스크가 커져 금리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 장기불황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채선물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도 확대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0년물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와 매도 모두 50%가 넘는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37%)·은행(4.2%) 등 주요 투자자보다도 거래비중이 크다. 30년 선물 상장으로 외국인의 초장기 투자가 현물시장에서 선물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기재부는 30년 국채선물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초기 1년간 30년 국채선물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고, 국고채전문딜러(PD) 평가에 30년 국채선물 거래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30년 국채선물의 기초자산이 되는 30년 국채 현물이 안정적으로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경과물을 흡수하고 30년 지표물을 신규 공급하는 교환 규모를 올해부터 월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시장조성자(LP) 제도도 운영한다. 시장운영자 제도란 거래 부진 종목을 두고 지정 증권사가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일정 금액 이상 의무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게 하는 것이다. 거래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상장 초기인 만큼 시장 안착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주 내로 시장 참여자들을 만나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PD로 지정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3년·10년 국채선물은 외국인 매수세를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돼있지만, 30년 국채선물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LP에게 더 높은 조성대가를 지급하고, 호가가 더 촘촘하게 형성되도록 유도해 가격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