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학원 시장 ‘투톱’인 메가스터디와 공단기의 기업결합이 불발됐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공무원 온라인 강의 시장의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수강 상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역대 8번째이자 8년 만이다.

공정위는 21일 메가스터디교육이 에스티유니타스(공단기)의 주식을 95.8% 취득하는 건에 대해 임의적 사전 심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결합을 금지하는 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학원 시장 2위인 메가스터디가 이 시장 1위인 공단기를 인수하는 ‘수평형 결합’ 시도 사례다.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본사. /연합뉴스

◇ ‘투톱’ 두 기업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 70% 넘어

우선 7·9급 공무원·군무원, 소방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결합하게 되면, 7·9급 공무원·군무원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67.9%, 소방공무원 온라인 강의 시장에선 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2위와의 격차는 각 시장에서 50%포인트(p), 60%p까지 벌어지게 된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유력 경쟁사가 사라지게 된다. 그간엔 해당 시장에서의 독보적 1위인 공단기를 2위인 메가스터디가 바짝 위협하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2012년 공단기가 해당 시장에 ‘패스 상품’을 처음 출시해 진입하면서, 독점적 사업자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패스 상품이란 한 번의 구매로 모든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메가스터디가 인기 강사를 영입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단기의 독보적 성장세를 저지했다.

공정위는 “공단기의 독주 체제에서 2019년 공단기·메가스터디 양사 경쟁체제가 재편됐다”며 “그런데 이번 기업결합을 허용하면 경쟁이 회복되던 시장이 다시 독과점 시장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기 강사들이 이곳 회사에만 더욱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공정위의 우렷거리다. 이 시장과 관련한 20개 과목 인기 강사 40명의 현황을 보면 공단기에 23명(57.5%)이, 메가스터디에 13명(32.5%)이 소속돼 있었다. 박문각·에듀윌·용감한컴퍼니(모두공)·윌비스·해커스 등 여타 경쟁사엔 각 1~2명 소속된 것에 그쳤다.

공무원 학원 시장 점유율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인기강사 몰리고 점유율 증가하면, 결국 가격 인상”

공정위는 이런 구조가 고착하면 결국 수강 상품의 가격 인상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위의 경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패스 상품에 인기 강사를 1명 추가하게 되면 메가스터디의 패스 가격은 약 2만원, 공단기는 5만4000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 강사진의 연간 고정 강사료가 1% 증가하면 메가스터디의 패스 가격은 3만7000원, 공단기는 7만2000원 인상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시장 점유율이 1% 증가하면 전체 상품 가격이 0.9%, 패스 상품 가격이 2.56% 오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정위는 “시장 진입 초기 저가 전략으로 출발해 인기 강사를 영입하고 시장 지위를 확보하며 고가 전략으로 전환한 패턴이 있다”며 “인기 강사에게 고정 강사료가 상품 가격으로 전이되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할수록 가격이 인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공정위는 “일부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인수 금지’ 조치를 부과했다. 가격 인상 제한, 일부 인기 강사의 경쟁사 분산 등 행태적 조치를 전제로 승인한다고 해도 경쟁 회복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이는 학원-강사 간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메가스터디의 공무원 사업 부문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 자산매각 조치를 전제한다더라도, 교육시장에서 이미 높게 형성된 메가스터디의 브랜드를 생각할 때 시장 집중 현상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정희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학원 사업자 간 기업결합 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공정위 역대 8번째, 8년 만의 기업결합 ‘불허’

공정위가 이번처럼 기업결합에 조건부 승인 등이 아닌 ‘불허’ 조처를 내린 것은 역대 8번째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이후 8년 만이기도 하다. 당초 심사관은 ‘조건부 승인’ 조치 의견을 제시했으나, 전원회의에서 불허 결정이 내려졌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기업결합 건과 관련해서 심사관의 조건부 승인 조치 의견이 전원회의에서 불허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메가스터디 측은 관련 전원회의 심의 이후인 지난 19일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메가스터디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을 존중하고, 위원회 판단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드린다’란 취지의 철회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