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사과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값이 폭등하면서 물가 안정 차원에서 사과 수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외래 병해충 유입을 막기 위한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을 신속하게 추진하긴 어렵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혔다. 자칫 수입 사과와 함께 병해충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국내 사과 농가에 극심한 피해를 안길 수 있고, 해외로 수출 중인 딸기와 파프리카, 귤 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과실류 수입위험분석 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식물방역법에 근거해 사과와 같은 과일을 수입하기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수입위험분석의 핵심은 해당 작물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우려되는 병해충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비위험평가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마련,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입안예고, 수입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 등의 단계를 밟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사과 수입은 일본, 뉴질랜드, 독일, 미국 등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밟고 있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은 한국 수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들어가진 않았다.

현재 사과와 관련해 수입위험분석 절차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나라는 일본이다. 현재 위험관리방안을 작성 중인 5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까지 마치게 되면 최종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 그 외 미국과 독일, 뉴질랜드는 3단계 '예비위험평가' 단계에 머물러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본과의 사과 수입 검역 논의는 2011년 5단계에 접어든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일본과의 사과 수출입 논의는 2011년 이후 5단계에 멈춰 있다"면서 "2015년부터는 일본이 우선순위 품목을 사과에서 배로 전환하면서, 현재는 배 수입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사과 수출입 논의가 중단된 것은 2015년 일본에서 나방 해충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제 기술과 관련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은 수출 우선순위 품목을 사과에서 배로 전환해 한국 수출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대한(對韓) 배 수출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품목 특성, 수입국과 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상황, 상대국 반응 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요기간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위험 병해충인 과실파리류나 잎말이나방류가 유입되면 우리나라 대표 수출 농산물인 파프리카, 딸기, 감귤 등의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면서 "과실파리류 유입으로 수출이 중단될 경우, 다시 수출을 재개하는데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농민 보호를 위해 과일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역 논의 진전이 더딘 것도 의지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협력관은 "검역 절차의 문제는 수입국의 절차뿐만 아니라 수출국의 검역 시스템도 함께 봐야 한다. 제대로 검증이 안 돼 수출길에 올랐다가 통관이 안 되면 수출업체나 당사국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우리의 의지뿐만 아니라 상대방 측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최근 국내 사과 가격과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일본에서 '사과 수출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긴 하다"며 "일본의 생산 역량과 수출 의지에 따라 일본 검역 당국의 정책이나 수출 품목 우선순위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