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여행수지가 14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1년 만에 적자 폭이 가장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은 늘어난 반면, ‘유커’(遊客·중국 관광객) 등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여행객은 회복세가 더딘 데 따른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 폭 확대는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경상수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월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30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은 한 달 전보다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장기화되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될 가능성도 커진다.

◇ 경상수지 30억5000만弗 흑자… 9개월째 흑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4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작년 1월에는 42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5월(+23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올해 1월까지 흑자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3·1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경상수지가 9개월째 흑자를 이어갔지만, 여행수지는 적자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행수지는 올해 1월 1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1월(-14억8000만달러)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17~2018년 이후로는 2019년 1월(-17억2000만달러)과 작년 1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한은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입국자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출국자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방학(1월 하순~2월 초순) 기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내국인 출국자수는 277만866명을 기록했다. 2019년 1월(291만2331명), 2018년 1월(286만6780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반면 1월 방한 관광객은 88만명으로, 2019년 1월의 80% 수준에 그쳤다.

여행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비스수지도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서비스수지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작년 1월(-33억6000만달러)보다는 축소됐지만, 작년 12월(-25억4000만달러)보다 커졌다. 서비스수지는 2022년 7월(-3억6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후 1년7개월째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상품수지가 반도체 수출(52.8% 증가)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1월 상품수지는 42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작년 1월(-42억달러)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수출이 반도체와 기계류·정밀기기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14.7%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 것은 202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 여행수지 적자·유가 변동성 확대 여부 주목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상품수지 흑자 폭 확대에 힘입어 52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초 공개된 2월 무역수지 흑자 폭(42억9000만달러)이 1월(3000만달러)보다 커진 점은 희소식이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값이지만, 무역수지는 수입액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하는 탓에 통상 상품수지보다 흑자 폭이 작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영우 국제수지팀 과장(왼쪽부터),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1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반기 경상수지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월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흐름은)한은이 전망하고 있는 흑자 기조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를 포함한 서비스수지가 경상수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생긴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122억 달러로 예상했다. 1월 서비스수지 적자 폭(-26억6000만달러)이 6월까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한은 전망보다 37억6000만달러 많은 159억6000만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수입물가를 낮췄던 국제유가가 올해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배럴당 77.08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는 지난 7일 82.36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77.08달러에서 82.96달러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될 수 있다.

송 부장은 “중국인들의 여행수요가 본격화되지 않아 아직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입국자 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반면 입국자 수에 비해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올해 여행수지 적자 폭은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제유가의 흐름도 불확실해 지금으로서는 향후 추이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