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령화가 더욱 진전돼 돌봄서비스 수요가 더 늘어나면 2042년에는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최대 15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해 인력난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5일 한국은행은 이날 한은 본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주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이수민 과장과 이하민 조사역이 공동 집필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한은에 따르면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종사자수는 지난 2022년 78만8000명으로, 2018년(59만6000명)대비 32% 늘었다. 저출산 여파로 가사 및 육아 도우미는 2018년 14만2000명에서 2022년 11만4000명으로 줄었지만, 노인 돌봄을 담당하는 보건서비스 종사자가 같은 기간 45만5000명에서 2022년 67만3000명으로 급증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증가했다.

종사자 수는 늘었지만 노동수요(구인수)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기준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화 심화로 노동수요가 급증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2042년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이 수요의 약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간병비와 가사·육아도우미 비용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중위소득 224만원의 1.7배 수준이었다. 가사도우미 비용은 월평균 264만원으로, 30대가구 중위소득 509만원의 약 50%를 상회했다. 인력난이 심화되면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 심화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간병비 등이 증가하면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가족 간병 규모는 2022년 89만명에서 2042만명 212만~355만명까지 증가한다. 이 인원이 경제활동에 투입될 경우 늘어날 수 있는 생산량은 2022년 기준 11조원이며, 2042년엔 27조~45조원으로 증가한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급증하는 돌봄서비스직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다만 가구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면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내국인에 비해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고소득 계층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과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인 고용이 실질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내국인에 비해 충분히 낮아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예를 들어 1973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홍콩의 경우 1990년까지는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이 여성 임금의 50% 수준에 달해 그 수가 7만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상대임금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0년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서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ILO 핵심협약 중 하나인 '차별협약'(제111호)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시행되면 노동계가 진정을 제기하거나,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나아가 ILO 총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은은 ILO 협약을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거나, 고용허가제를 확대해 외국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 경우 모두 법 개정 없이 시행 가능한 데다, 사적계약과 고용허가제 모두 ILO 차별금지협약에 저촉되지 않아 최저임금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경우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타산업에 비해 돌봄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반영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줄이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