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 등 중간재의 질적 향상에 힘쓰고, 소비재 수출도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은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세안5 국가란 우리나라와 활발하게 교역을 하고있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주요 5개국을 말한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한은에 따르면 아세안5 지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미국·일본 등 국가의 국외 생산 거점이자 수출시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2010년 이후부터 중국의 생산비용 급증으로 생산거점을 해당 지역으로 꾸준히 옮기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중 무역갈등 등 영향으로 중국 이외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흐름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 아세안5 수출은 현지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비중이 20% 이상이며, 석유제품·화공품 등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 이상이다. 반면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는 아세안5 국가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현지시장 진출 목적보다는 수직적 생산분업 성격이 강한 데 따른 것이다.

아세안5 국가로 수출된 중간재의 절반은 아세안5 국가들의 소비·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됐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생산공정을 거쳐 절반은 미국과 중국 등 역외 국가로 수출됐다. 미국(11%)과 중국(9%)으로 수출된 비중이 높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기 전과 비교해보면, 2022년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 중간재 수출 중 역내를 최종 귀착지로 하는 비중은 2015년 대비 7.7%포인트(p) 축소됐고,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을 향한 비중은 각각 5.6%p, 4.6%p 확대됐다.

한은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 성장세와 주요 신흥국으로의 투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아세안5 경기회복에 따른 직접경로뿐 아니라 미국의 양호한 경기흐름과 유럽의 소비회복에 따른 간접경로도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공고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에 따르면 아세안5 국가의 고위기술 중간재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7년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13% 안팎으로 정체돼있다. 한은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수시장 공략 필요성도 강조했다. 2022년 기준 아세안5의 한국 수입 품목 중 89%가 중간재다. 수출 품목을 소비재로 다변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기업은 그간 중국시장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간재 중심 수출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했지만, 내수시장 안착엔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