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원자력발전 산업 생태계의 조기 복원을 위해 올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공급한다. 전년 공급 일감 규모(3조원)보다 10% 늘렸다. 일감을 수주하고도 초기 제작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계약금의 30%를 계약 즉시 지급하는 '선금 특례' 문턱도 낮춘다.
원전 기업에 대한 특별금융 프로그램도 올해 1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원전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의 원전 기술 분야를 확대하고, 차세대 원전 유망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정부 임기 5년 동안 4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열네번째 민생토론회 '다시 뛰는 원전산업'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 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원전산업의 모태인 창원에서 열린 이번 민생토론회에는 원전기업 관계자와 원자력학 전공 대학(원)생,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원전 생태계 복구에 나섰다. 지난 정부때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운영허가 만료를 앞둔 가동원전 10기의 가동 연장 등의 절차도 진행 중이다.
고사 위기 원전 산업계에 일감을 긴급 공급하고, 해외 원전 수주전에도 나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 루마니아의 2600억원 규모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 등의 일감을 따냈다. 이러한 수주전의 결과로 윤석열정부 임기 2년 동안 달성한 원전 설비 수출 규모만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수주 실적의 6배에 달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이러한 원전 생태계 복원 노력을 설명하고, "생태계 온기 회복을 넘어 산업 질적 고도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원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원전 생태계 복원'에 '올인'… 일감뿐 아니라 대금도 조기 지급
정부는 목표한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을 위해 올해 원전 일감을 3조3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3조원 등 임기 이후 해를 넘어갈수록 일감 규모를 늘리며 생태계의 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다. 일감 계약을 따내더라도 당장 대금을 받지 못해 작업 착수에 어려움이 있던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정부가 그동안 운영해 온 선금 제도는 계약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장 제작에 착수할 자금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애로를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원전 기업들이 계약 즉시 계약금의 30%를 선금으로 받을 수 있는 '선금 특례'를 마련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선금 신청에 필요한 보증보험 수수료도 정부가 75%를 지원한다.
원전기업들에 대한 특별금융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지난해 5000억원 규모로 마련한 금융 프로그램을 올해는 1조원 규모로 2배 늘린다.
특히 올해는시중은행을 통해 2~3%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1천억원 규모의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을 정부 예산사업으로 신설했다. 수출실적이 없어 수출보증보험을 발급받지 못해 계약이 파기될 우려에 처한 수출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원전수출보증 지원사업'도 금년 예산에 반영했다.
원전업계 투자 유도를 위해 세제 지원도 나선다. 조특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된 원전 분야 기술에 '대형원전 제조기술'을 신규로 반영해 원전 기자재의 투자를 유도한다.
대부분의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대형원전 제작·가공을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특법령 개정은 그동안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없었던 많은 기업들에 상당한 혜택이 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에만 원전산업계에서 1조원 이상의 설비 및 R&D 투자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D 혁신도 추진한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기간 동안 국내 R&D 방향이 원전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에 집중됐다. 이에 정부는 국내 원자력 R&D를 소형모듈원전(SMR)과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기술을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 분야 R&D엔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동안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SMR 선도국' 비전 제시… 창원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조성
미래 원전 먹거리로 평가받는 SMR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확대한다. SMR은 현재 전 세계 80여개의 노형이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책사어빈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사업을 중심으로 독자노형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안덕근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SMR 선도국을 위한 3대 전략으로 ▲독자기술개발 ▲선제적인 사업화 추진 ▲국내 제작(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우선 정부는 i-SMR의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산업 역량을 결집시킬 계획이다. 올해 i-SMR 개발에만 6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이는 전년 예산(70억원)의 9배 수준이다. i-SMR을 포함한 다양한 노형의 사업화를 위해 민간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정부는 또 차후 SMR 산업 구조가 '공장에서 원전을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고 SMR 위탁 생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SMR 설계·제작·사업개발 분야 기업들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정책 펀드 신설·운영도 추진해, 국내 SMR 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안덕근 장관은 창원을 지역 내 우수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역량을 살려 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가 집적한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안 장관은 "창원·경남의 원전기업들이 해외 SMR 설계기업 원자로 생산에 참여하는 등 관련 공급망에 진출해 있다"며 "이를 더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련 R&D와 투자혜택,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링 등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