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 수교한 쿠바와 한국의 지난해 교역 규모가 약 4000만달러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1억달러도 채 안 될 정도로 매우 미미한 교역 수준이다. 작은 시장이긴 해도 추후 한국 기업으로선 수출 신(新)시장으로 개척할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 경제 제재 해제’라는 전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쿠바에 수출한 금액은 3567만9000달러(246건)였다. 수입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682만3000달러(92건)였다. 수출과 수입액을 합친 교역 규모가 5000만달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원화로 570억원가량 규모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 안토니오마세오 공원에 있는 쿠바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엔 교역 규모가 전무했다. 수출 1381만달러, 수입 708만6000달러 등이다. 그나마 지난해 쿠바로의 수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움직임이 감지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쿠바에 자동차 부품, 승용차, 기계류, 발전기 등을 주로 수출했고, 쿠바로부터는 고철, 해산물, 럼주(주류), 시가(담배) 등을 수입했다.

과거 쿠바로의 수출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06~2008년으로 꼽힌다. 대(對) 쿠바 수출액은 ▲2006년 2억324만달러 ▲2007년 2억1432만달러 ▲2008년 3억4479만달러였다. 쿠바가 에너지 혁명을 추진했던 기간으로, 우리 기업이 컨테이너형 발전기를 대거 공급했던 시기다.

2016년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 시절 때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쿠바를 수출 신시장으로 선점하겠단 전략을 추구한 바 있었으나, 2017년 쿠바 수출액이 7078만달러에 달했을 뿐 이후엔 교역 규모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바의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미개척지인 만큼 향후 수출 신시장으로 노려볼만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인프라’ 분야에서 현지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홍성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장은 “쿠바는 전력난 등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협력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크 사용량 대비 전력이 25~35% 부족해 전국에서 ‘전력 배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 한 골목에 주유 대기 차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줄의 맨 앞에는 주유소가 있다. /연합뉴스

전력뿐 아니라 자동차 등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 재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예찬 코트라 아바나무역관은 지난해 6월 ‘쿠바 승용차 시장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쿠바 여행을 계획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는 1950년대에 제조된 클래식 차량을 타고 석양이 비치는 아바나의 말레꼰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해 보는 것”이라며 “쿠바에 클래식 차량이 많은 이유는 단순하게도 신차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연간 차량판매량은 2021년 4830대, 2022년 2840대에 불과하며, 90% 이상이 해외관광객용 렌트카 또는 택시로 할당되고 있다”며 “어렵게 차량을 구매를 한다고 해도 제재로 자동차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정상적인 수리가 불가능해 50년 이상된 노후차량 다수가 운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로서는 2차전지용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2차전지 핵심 광물인 니켈의 쿠바 생산량은 전 세계 5위다. 또 코발트 매장량은 세계 4위 수준이다. 대통령실 역시 지난 18일 ‘한-쿠바 수교에 따른 분야별 기대효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쿠바는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 잠재력이 크다”면서 “신흥시장으로 부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도 아바나를 제외하면 불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쿠바의 야간 위성 사진. /디스커버 매거진(Discover Magazine)

다만 이런 기대감은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 여부가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역대금 결제 문제’다. 쿠바는 달러 부족을 겪고 있어 외화 대금 지급이 사실상 막혀 있고, 미국계 은행의 쿠바 송금 제한 등으로 달러 또는 현지 통화로의 직접 이체도 어렵다는 문제가 꼽힌다.

이 때문에 당장 기업의 현지 진출보다는 정부·공공기관 주도의 협력 확대로 경제 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당장 올해 6월 서울국제식품전에 쿠바 국가관을 초청할 계획이고, 11월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국제 박람회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한국 홍보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교 후 양국에서 진행되는 행사 교류인 만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획재정부와 코트라는 지식공유프로그램(KSP)을 통해 쿠바 정부에 ‘재활용 정책’ 수립을 위한 정책 자문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