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를 이끌었던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한국의 커뮤니티·뉴스·트위터 등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측정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각종 텍스트·행정 데이터를 활용한 경제 정책을 점차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황 교수는 1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1전체회의에서 ‘데이터 기반 경제정책의 도전 과제’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윤재 한국경제학회장이 2023년 2월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관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황 교수는 이날 한국 커뮤니티·뉴스·트위터 등 텍스트 자료를 이용해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 기대인플레이션(BIE·Big-data based Inflation Expectations) 지수’를 소개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미래 시점의 실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일반인의 예상을 측정하는 것인데, 중앙은행의 정책 지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 교수는 “기존 기대인플레이션 측정을 위해 사용되는 ‘설문 기반 지표’들은 설문 조사의 비용이 크고 실시간 측정이 어려우며 표본의 대표성 확보가 어렵다”며 “또 ‘시장 기반 지표’들은 비교적 쉽게 측정 가능하나, 기대인플레이션 심리 이외 채권 자체의 유동성 위험 등 다른 요인들과의 식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물가 상승·하락과 관련한 언급량의 차이를 이용해 이 지수를 구축했다. 황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 시점에 ‘물가 상승’과 관련한 언급량이 급속히 증가했고, 코로나 확산, 국제유가 하락 등 뉴스가 발표될 때 ‘물가 하락’ 언급량이 치솟았다”며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BIE 지수를 보면, 2020년 3월 이후 BIE 지수 급속히 증가했으며, 2022년 여름 정점에 도달한 후 최근 하락했다”고 했다.

황 교수는 “BIE 지수의 이런 흐름은 한국은행의 실제 인플레이션 추세와 매우 유사하며, 2021년 이후 한은이 발표한 기대 인플레 지표와도 동일한 정점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황 교수는 “기존 기대인플레이션을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 방식 개선을 포함해 기대 인플레 형성 과정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며,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표는 잠재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며 “향후 경제학·심리학·언어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정책당국의 협력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행정 데이터를 이용한 경제 정책 과제들도 제시했다. 황 교수는 “미국 의회는 데이터 기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18년 ‘증거기반정책법(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을 제정했고, 미국 교육부는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를 신설해 최고 데이터 책임자를 겸임하는 경제학자를 채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관련 부처의 노력으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나 고용보험DB 자료 등이 정책 연구에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행정 데이터를 정책 연구나 학술 연구에 활용한 사례는 다른 선진국에 비교해서 부족한 수준”이라며 “여러 기관이 보유한 다양한 행정데이터가 연계될 때 자료의 활용 가치가 한층 높아질 수 있지만 아직은 단일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제공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53대 한국경제학회장인 황 교수의 임기는 이날까지다. 이날부로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제54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날부터 오는 2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다. 56개 경제학 관련 학회가 참가하며 총 43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