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발행한 사회적 채권 규모가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3위)과 미국(7위) 등을 제쳤다. 녹색채권과 녹색대출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부채는 세계 9위 규모였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10월 초 기준 지속가능 부채(증권, 대출) 잔액(outstanding amount)은 1904억달러로, 조사대상 176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1위는 미국으로 총 7813억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3565억달러)은 4위다. 한국보다 부채 잔액이 적은 선진국으로는 일본(1832억달러, 10위) 등이 있다.

그래픽=손민균

지속가능한 부채란 친환경 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부문에 사용하는 증권이나 대출을 말한다. IIF는 지속가능부채를 ▲녹색채권 ▲녹색 자산유동화증권(ABS) ▲지속가능채권 ▲사회적 채권 ▲녹색 지방채 ▲지속가능연계 채권 ▲녹색 대출 ▲지속가능연계 대출 등 8개 항목으로 나눠 집계한다.

한국은 이 중 사회적 채권이 842억달러로 전체 지속가능 부채의 44.2%를 차지했다. 176개국 중에서는 프랑스(1904억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3위인 일본(456억달러)과도 격차가 컸다. 주요국 중에서는 독일이 4위(206억달러), 미국 7위(147억달러), 영국 8위(118억달러)였다.

사회적 채권이란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금공) 등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채권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다. 주금공은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공급에 사용하는 MBS(주택저당채권)를 유동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사회적가치 채권으로 조달한다.

사회적 채권 다음으로는 녹색채권(523억달러)의 발행량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LG에너지솔루션(373220)(1조원·7억5800만달러), GS에너지(3000억원·2억2800만달러)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행량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줬다. 녹색 채권을 발행하면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지속가능채권(361억달러)과 녹색 대출(149억달러), 지속가능연계 대출(18억달러), 지속가능연계 채권(12억달러) 등은 상대적으로 발행량이 적었다. 지속가능채권은 현대커머셜(2700억원·2억500만달러) 등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발행됐으며,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지난해 10월 현대캐피탈(2200억원·1억6700만달러)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발행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속가능부채는 2020년부터 쭉 증가하다가 작년엔 고(高)금리 영향으로 다소 정체됐다”면서 “2022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지난해 녹색 경제활동을 분류한 ‘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도 만들어지면서 제도적 여건이 조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