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PF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85조원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집행한다. 사업성이 있지만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정상화할 계획이다.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8년 만에 한시적으로 규제를 푼다.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100% 감면하고, 학교용지부담금도 50% 감면한다. 전세사기와 역전세에 대한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를 꾸렸다. 임차인이 거주하고 중인 주택을 매입할 경우 올해에 한해 취득세가 감면된다.
정부는 4일 경기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잠재 위험 관리를 위해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을 내놨다.
◇ 부동산 PF 리스크 막자… 돈 푸는 정부
먼저 PF 시장 위축이 건설사·PF 사업장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유동성 지원을 확대한다. 정부는 85조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할 경우 유동성 공급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또 준공기한에 가까워진 시공사가 과도한 부담을 겪지 않도록 책임 분담을 전제로 시공사의 채무인수 시점을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정부는 책임 분담은 건설사가 채무 전액을 인수하는 대신 후순위 채권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책임준공보증 집행 가속화에 6조원, 비주택 PF 보증 신설에 4조원, 건설사 특별융자에 4000억원 등 건설공제 조합을 통한 유동성 지원도 강화한다.
사업성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경우 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LH가 사업성을 검토한 후 매입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캠코-민간이 공동출자한 'PF 정상화 펀드' 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2025년까지 취득세를 50% 감면할 계획이다. 다만 취득세 감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PF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부동산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토지신탁 내실화 방안도 1분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입법 과제 관련 후속조치도 진행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이 시행되면 재건축으로 얻는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선 보유기간에 따라 10~70% 부담금을 감면한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된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건축이 일반 재건축보다 빠르게 추진되도록 마스터플랜(정비기본계획) 조기 수립, 안전진단 규제 완화, 통합심의 등이 적용된다. 자유로운 구역별 도시계획이 가능하도록 건축물 높이 제한과 용적률 제한 등도 완화한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는 1년 연장된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 기본세율(6~45%)을 매기는 방안을 올해 5월 9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는데, 그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것이다.
◇ 지방 건설경기 살리려 한시적으로 규제 대폭 완화
건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대폭 늘린다. 기업활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8년 만에 한시적 규제를 유예한다. 앞서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 한시적 규제유예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지방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올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100%, 학교용지부담금을 50% 감면한다. 개발부담금은 2014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적 있는 조치다. 학교용지부담금을 감면하는 건 이번이 최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과 미착공 공공택지 등 건설사 유동성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지원과 규정정비, 공기업 역할 강화 등의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91개 부담금을 원점 재검토해 경감 방안을 마련한다. 민간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은 올해에서 내년으로 1년 유예한다.
3기 신도시 건설에 속도가 붙는다. 정부는 지역주택도시공사 참여와 공정관리 등을 통해 주요 3기 신도시가 올해 부지를 조성하고, 조기 주택착공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인천계양,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등 4개 지구는 올해 안에 주택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7만가구 규모의 광명시흥신도시 등 기타 신도시 공급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상반기 조기 집행(65%)을 추진한다. SOC 사업에는 26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민자사업 보상금을 먼저 투입하고, 국가계약 한시 특례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한다. 선금지급 한도를 70%에서 80%로 늘리고, 입찰공고 기간도 7일에서 5일로 단축한다.
지자체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지방세 조례감면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지방세 세율을 경감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공투자도 올해 60조원대 규모의 투자를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의 집행률(5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사업 단위로 투자계획 단계부터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집행 애로사항을 해소할 계획이다.
◇ 다세대·다가구 지원책 다각도로 내놓은 정부
전세사기와 역전세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를 마련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소형·저가 주택을 매입할 경우 올해에만 취득세를 감면한다. 추후 청약을 할 때 무주택자 지위도 유지된다. 다만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이어야 하고, 취득가액은 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적용된다. 만약 추후 재차 주택을 취득할 경우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역전세 등 상황을 감안해 등록임대사업자가 LH와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소형·저가 주택을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또한 올해에 한해 시행되는 조치다. 의무 임대 기간 중 비(非)등록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경우에도 과태료 등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
올해 LH 등에서 구축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1만가구 이상 매입한다. 공공임대는 작년보다 확대한 11만5000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LH 임대주택 임대료는 동결한다. 지역주택도시공사의 경우 매입임대주택 재산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임대료 동결을 유도할 방침이다.
전세사기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확정일자 정보 연계 사업' 참여 금융기관을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확정일자 정보 연계 사업은 임대인 대출 승인을 심사할 때 전세보증금과 확정일자를 확인한 후 대출을 실행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청년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지원 한도도 늘린다. 올해 상반기 중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전월세 대출을 청년 버팀목 대출로 통합해 운영한다. 임차보증금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고, 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두 배 늘린다. 금리는 1.5~2.4% 수준이다.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수준으로 공급해 서민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포함한 35조원 규모의 디딤돌대출을 통해 서민과 출산 가구의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29일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을 종료하지만, 이후에도 보금자리론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실수요층 고정금리 주택 구입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