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가 '3%대 중반'의 오름세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5%대의 상승률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간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보다는 폭을 줄여냈다.

국제유가 하락세에 유류세 감면 효과 등으로 석유류 물가가 많이 내리면서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13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나타내는 등 여타 품목의 오름세가 강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물가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2020년=100)로 작년보다 3.6% 올랐다.

서울 시내 한 골목식당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뉴스1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5.1%)보다는 둔화했다. 하지만 그 이전인 2021년(2.5%)과 비교하면 올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6~2018년 연속 1%대, 2019년 0.4% 등의 연간 물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높다.

지출 목적별로 보면, 전체 분류 중 교통(-3.4%)을 제외하고 모든 항목의 물가가 올랐다. 음식·숙박(6%), 주택·수도·전기·연료(5%), 식료품·비주류음료(5.5%), 의류·신발(6.7%), 기타 상품·서비스(5.8%), 가사용품·가사서비스(5.4%) 등의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다.

품목 성질별로는 전기·가스·수도가 전년 대비 20% 상승해, 2010년 관련 분류 체계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기료(22.6%), 도시가스(21.7%), 지역난방비(27.3%) 모두 1년 만에 2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은 3.1% 상승했다. 축산물(-2.2%)은 하락했지만, 농산물(6%)과 수산물(5.4%)이 상승하면서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사과(24.2%)를 비롯해 귤(19.1%), 딸기(11.1%) 등 과실류 농산물이 많이 올랐고, 고등어(9.7%), 오징어(12.5%) 등 수산물의 물가 상승도 눈에 띄었다.

공업제품은 2.6% 상승했다. 지난해 공업제품의 연간 상승률(6.9%) 대비 많이 둔화했다. 가공식품(6.8%)과 섬유제품(6.7%)이 올랐지만, 석유류(-11.1%)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전반적인 국제유가 하락세에다 유류세 감면 효과가 지속된 영향이 미친 것"이라고 설명헀다.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통계청 제공

서비스 물가는 3.3% 상승했다. 역시나 지난해 상승률(3.7%)보다는 둔화했다. 집세와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 부문에서 각각 0.5%, 1.3%, 4.8%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보다 4.0%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4%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신선과실(9.7%) 등이 크게 올라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6.8%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