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전반적인 물가 하락) 압력을 받는 등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대(對)중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승용차 수요 확대를 힘입어 대(對)미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빠른 성장과 지리적 요인 등을 바탕으로 확산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론도 당분간 힘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12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76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0.1%를 차지했다. 대중 수출은 72억달러로 18.9%의 비중을 차지했다. 12월 중순까지의 수출 실적이어서 이달 전체 수출 결과를 예측하긴 이른 시점이지만 무역당국에서는 이달 미국향 수출이 중국을 앞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20일 누계 기준 대미 수출이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중 수출을 추월했다”라며 “월말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역당국의 예상대로 이달 국가별 수출 실적에서 미국이 중국을 앞서게 된다면 미국은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에 한국의 제1수출국 지위를 탈환하게 된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 실적도 -0.4%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중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180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이달도 현재까지 5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대미 수출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플러스 전환한 대미 수출은 10월과 11월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달도 20일까지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2%나 뛰었다.

자동차와 기계 등 주요 수출 품목의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반도체·무선통신·가전·석유화학·바이오 부문 수출도 활발한 상황이다.

조익노 무역정책관은 “12월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이 플러스를 기록하며 질적 측면에서 양호한 흐름을 타고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20일까지는 조업일수가 동일해 상승폭이 컸지만 월말까진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보다 2일 부족해 12월 전체 증가폭은 다소 안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