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후위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부서장급(국·실 단위)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한은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 1월 진행되는 정기인사에 기후위기 대응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팀단위 조직을 흡수해 국·실 규모로 키우는 안이 유력하다. 현재는 금융안정국에 있는 지속가능연구팀과 기획협력국에 있는 기후대응협력반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2021년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후위기 대응전략을 모색해왔다. 이 과정에 녹색채권을 적격담보증권에 포함해 녹색채권의 발행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적격담보증권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을 말한다. 녹색채권이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되면 관련 수요가 늘어나 발행 여건이 개선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녹색성장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이 취급한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대출의 일부를 한은이 저리로 지원해 차입 금리를 낮춰주는 제도다. 녹색성장기업이 지원대상에 포함되면 중소기업이 보다 저렴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이후 이렇다할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대안으로 제시했던 적격담보증권·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고, 추가 전략도 나오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이 녹색채권을 직접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일본·싱가포르 중앙은행이 기후 관련 여신(대출)제도를 마련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사항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국감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연구 비영리단체(NGO) ‘포지티브머니’가 한은을 전세계 20개 중앙은행 중 13위로 선정한 것을 지적했다. 한은이 받은 성적은 ‘D-’로, 작년 연구 결과에 비해 두 계단 하락했다. 중국(6위)과 일본(8위), 캐나다(10위) 중앙은행보다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기후위기 대응 조직을 격상하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전체 운용 프로세스에 재무분석과 비재무분석을 통합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통합 전략을 도입하고, 외화자산 전체에 ESG 요소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관련 업무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관련된 질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1월 말 정기인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