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움직이는 정부가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고심 중이다. 업계에선 개 한 마리당 값을 매겨 보상해 달라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경우 수년간의 영업이익을 보전해달라는 등의 지원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뒤면 ‘개고기 없는 나라’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특별법 시행 이후 각 업종별 보상책과 처벌 여부 등 쟁점을 짚어봤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3 개 식용 금지법 제정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어디까지 보상할까… 협의체 내부 검토 중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올해 안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 식용 금지 법안은 5개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 정부안을 마련하고 국회의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2027년부터는 식용을 위한 개 사육과 도축, 판매 등이 전면 금지된다.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대한육견연합회·대한육견상인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악법 추진을 중단하라”면서 “개고기를 먹고 있는 1000만 국민과 축산 개 사육 농민과 종사자 100만명의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는 특히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충분한 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 사육 농가에서는 개 한 마리당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알려졌다. 도축·유통업체의 경우 생계 안정 자금을 지원하거나 몇 년 치 영업이익을 보전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당의 경우 개고기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 바꿀 경우 메뉴 개발 등 컨설팅이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보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특별법 제정으로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이 불가피한 개 사육 농가와 도축·유통업체, 식당 등에 대한 보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마리당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것 등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리당 보상하는 방안은 선례가 없다”라며 “유예기간 동안 개체 수를 늘리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개 식용 목적 농가는 1100곳이고, 도축업체와 유통업체는 각각 404곳, 219곳이다. 식당은 1606곳으로 추산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및 동물의료 개선 방안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법안 통과돼도 ‘개인적 섭취’까지 막긴 어려워

업계 반대를 딛고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과연 어디까지 규제하고 처벌할 지도 관심사다. 일단 개인이 개고기를 섭취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처벌하는 조치는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여름 무더위를 상징하는 ‘복날’ 시골 등에서 개별적으로 도살하는 행위 등은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음성적으로 개를 도살하고 먹는 것까지 정부가 일일이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특별법에 개고기 유통 사슬을 끊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특별법이 공포되면 식용 개 사육 농가와 도축·유통업체, 식당 등은 지방자치단체 신고와 함께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고기 대신 흑염소나 돼지고기 등을 취급하는 가게로 전향하거나 폐업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셈이다.

정부는 특별법에서 상업적으로 유통되거나 판매되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의원안에서도 개인의 개고기 섭취에 대한 처벌 조항이 제시되진 않았다”라며 “다만 특별법에서 상업적인 유통을 막으면 개 식용 문화를 없애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 전부터 개 식용 관련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3년의 유예 기간 동안 여러 가지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현재도 개 식용 산업은 농지법, 식품위생법, 폐기물관리법 등 현행법으로 조치할 근거가 많았지만, 그동안 단속을 거의 안 해 왔다. 법 제정과 병행해 현행법으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