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8일(현지시각)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제조업 재건을 위한 정부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제조업이 재기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이는 과장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산업정책으로 인해 국내 고용 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한국은행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교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한은은 1일 발표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산업정책을 통해 공급망 복원력 강화와 첨단부문 주도권 확보 및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미 정부는 2021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2022년 와이어링하네스 공급차질을 거치면서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첨단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칩스법을 마련하고 반도체 제조시설 및 R&D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러한 정책적에 힘입어 미국은 1970년대부터 구조적으로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0년을 기점으로 상승전환했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제조공장을 자처하면서 미국 내 관련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공장건설 등 제조업 구축물 투자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제조업 시설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4%포인트(p)에 이르렀다.

제조업 건설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고용도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장비 등 기계류와 전기설비 등의 수입도 2020년 이후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앞으로 투자 붐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이후 점차 조정되겠으나,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생산 및 고용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제조업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미국의 산업정책 영향으로 현재 한국경제에는 주력 제조기업의 현지 진출 및 수출 확대 등의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전반적인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대미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은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함께 산업정책 관련 자본재 수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면서 “미국 내 공장건설과 설비 확충 영향으로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기계류 수출이 16% 증가했다. 전기차(74%), 배터리 등(14%) 산업정책 관련 품목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의 생산 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해 한국의 고용 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를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요국의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교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