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행위가 적발된 총수일가를 이전보다 쉽게 검찰 고발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커졌다. 행정예고 기간 3주 동안 반대 의견이 접수된데다, 비공식적으로도 재계·법학계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대안을 만들어 보겠다며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3주 동안 경제6단체와 민변·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총 4건의 민간단체의 의견이 제출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행위(사익편취 행위)'로 사업자(법인)를 고발하는 경우 이에 관여한 총수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규정은 조사를 통해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로 밝혀진 특수관계인을 고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개인 검찰 고발을 어렵게 만든다는 실무자들의 고충이 있었다. '지시' 정도의 관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자가 사익편취 관련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 드러나고, 세부 평가 점수의 일정 기준(1.8점)을 넘겨 위반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특수관계인 개인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해려 했던 것이다.
당장 경제6단체와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에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야당은 고발 지침 개정이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약화하고, 검찰권기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이들은 '전면 재검토'를 건의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6일 경제단체들과 비공식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공정위의 지침 개정 추진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사익편취를 위해 부당한 지시·관여 행위를 한 것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간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해 제재하고 법인을 고발한 다수 사건에서 총수 일가가 고발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을 보면 고발 지침 개정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들은 그 예로 ▲총수 일가 개인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호텔에 미래에셋이 일감을 몰아준 사건 ▲삼성 총수 일가의 캐시카우였던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삼성 계열사의 사내 급식 일감을 몰아준 사건 ▲자회사가 생산한 재료를 과다계상된 가격산정 방식으로 구매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건 등을 들며 "사적 이익을 얻은 주체는 분명했지만,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은 고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침 개정은 그대로 추진하되 대안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나온 만큼, 원안을 고수하지 않고 재계도 합리적으로 수용할 만한 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연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관련 지침은 올해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유효기간을 고려하면 개정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만약 이번 지침이 개정되면, 유효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