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천공장의 에코아크 전기로. /동국제강

미국 상무부가 2021년 제조한 한국산 철강 후판에 대해 상계관세율을 매긴 것과 관련해 정부가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은 상계관세를 매긴 배경으로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지목했다.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전기요금을 부과해 사실상 기업에 보조금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2022년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이 2021년보다 더 낮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1년산뿐만 아니라 2022년 이후 제조된 철강제품도 계속 상계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CIT 제소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관세를 맞은 현대제철 등 우리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고, 정부는 제3자 참여 형태로 소송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 이후 결과에 따라 추가 항소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소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합리한 판정에 대해 우리측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CIT의 인용률은 30% 수준이다. 불복 소송 10번 중 3번은 취소 혹은 관세 감경 조치가 나온다는 뜻이다. CIT에서 상계관세 부과 취소 조치를 받을 경우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관보를 통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08%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생산하고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가 상계관세 부과 예비 판정을 내린 이후 정부와 기업들은 미측과 협의에 나섰지만, 결정을 바꾸진 못했다. 특히 미 상무부는 최종 판정 전 한국전력에 실사팀을 보내 국내 전기요금의 원가 및 판매가격 동향을 조사해, 우리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 측이 한국의 전기요금이 너무 싸 사실상 보조금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구체적인 원가회수율 자료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전기료를 문제 삼았지만, 최종적으론 모두 미소 마진(산업 피해가 미미하다고 보는 것)으로 판정하고 조사를 종결해 왔다.

원가회수율은 전력 판매액을 전력판매 원가로 나눈 값을 말한다. 100% 이하면 한전이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팔았다는 의미다. 국내 전기요금의 총괄원가회수율은 2020년 101.3%에서 2021년 85.9%, 2022년 64.2%로 계속 낮아졌다. 미국이 2022년산 철강에는 더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업계에서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게 통상 분쟁으로 이어진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상계관세 이슈가 철강업을 넘어 다른 업종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번 통상 분쟁은 물가당국과 전력당국에서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