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반도체 하드웨어 업체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브로드컴)가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 '브이엠웨어 인코포레이티드'(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M&A) 건에 대해 우리나라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이는 원화 약 82조원 가치의 대규모 M&A여서 글로벌 경쟁당국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됐다. 아직 유일하게 심사가 진행 중인 중국의 승인만 내려지면 M&A가 최종 승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미국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 간 혼합결합과 관련해 심사한 결과, 이같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5월 브이엠웨어 주식 전부를 약 610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0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가 경쟁 제한 여부를 주로 들여다본 시장은 FC HBA 시장이다. FC HBA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로, 서버의 한 부품이다. 브이엠웨어가 시장 1위 사업자로 있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직접 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다. 브로드컴 역시 지난해 기준 점유율이 64.5%에 달하는 FC HBA 시장 1위 사업자이며, 현재 마벨(Marvell)이라는 유일한 경쟁자가 존재한다.

FC HBA의 최종 제품 수요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호환성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기업결합 후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브로드컴의 하드웨어와는 잘 호환되지만, 다른 경쟁사 부품과는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경쟁 사업자가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호환성을 무기 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브로드컴이 공급하는 FC HBA와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결합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브이엠웨어가 ▲서버 가상화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의 입지를 가지는 점 ▲부품사에 대한 호환성 인증 시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는 점 ▲호환성 인증이 시장에서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브이엠웨어가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및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배제를 통해 FC HBA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시장지배력이 유지·강화되고,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품질 저하와 고객의 선택권 제한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에 향후 10년간 경쟁사와 신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또 이들 경쟁 사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 브로드컴의 FC HBA 드라이버 소스 코드·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브로드컴은 이 내용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60일 내에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FC HBA 시장의 거래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한편 이번 기업결합은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다수 국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건이다. 미국·영국·캐나다·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대만·이스라엘·일본은 무조건부 승인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우리와 같이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현재 중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만이 남았다.

구태모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글로벌 기업결합 건 특성상 전 세계 경쟁당국으로부터 다 심사 승인을 받아야만 거래가 성사된다"며 "중국에서 불승인하게 되면 기업결합을 철회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