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전세사기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400건가량 신고된 가운데 대전에서도 잇따라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전세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전세사기특별법 제도가 있지만, 지원 금액이나 소득 요건 등 조건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 범위를 늘려나가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고심 중이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임대인 A씨 부부와 그의 아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지난 18일까지 총 207건 접수됐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는 310억원 규모다.
대전에서도 피해 규모가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에서 다가구 건물 약 200채를 보유한 일당이 전세사기 혐의로 수사망에 올랐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23일 피해자 약 70명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전세사기가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최대 49만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세 총 325만2000가구 중 24만1000~49만2000가구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반환 지연 위험' 상태다. 2만~4만2000가구는 아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위험' 가구로 추정된다.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피해자들은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며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집회를 열고 "피해자의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고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다가구주택은 전세사기특별법의 주요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다세대가구와 달리 다가구주택은 건물 한 동의 소유자가 1명이기 때문에 거주 주택 경·공매 유예 및 정지, 피해주택 우선 매수권 부여, 매입임대주택 전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경매 처분을 하려 해도 다세대주택은 호실 별로 경매를 부치지만, 다가구주택은 건물 1동 전체를 경매해야 하는데 세입자별 상황이 달라진다.
5억원 이상의 전세금을 사기당한 경우에도 구제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전세보증금을 HUG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중 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경우는 264건(10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 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피해자 인정과 지원에서 보증금 기준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연결할 경우 수임료를 250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임대인이 사망한 뒤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법률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초 특별법 보완 방안을 내놓고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의 저리 대환대출 소득요건을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대출액 한도는 2억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올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공공임대를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긴급 주택 이사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어 관련 제도 보완을 고심 중"이라며 "전세금이 5억원을 넘는 주택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는 방안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검토해 볼 만 한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