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스프링에 쓰이는 강선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제강사들이 5년10개월간 가격을 담합한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이들은 강선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잿값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리고, 내려도 가격을 유지하자고 짬짜미했다.

공정위는 18일 고려제강·대강선재·대흥산업·동일제강·DSR제강·만호제강·영흥·청우제강·한국선재·홍덕산업 등 10개 제강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48억66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중 대흥산업·동일제강·DSR제강·만호제강·영흥·청우제강 등 6개 제강사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침대 스프링 등 각종 강선류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10개 제강사의 철강선 가격 담합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548억원을 부과하고 6개 제강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0개 제강사는 2016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3차례의 영업팀장 모임 및 연락을 통해 강선 제품의 가격 인상·유지 여부를 합의했다. 강선 제품의 원자재인 '선재'를 생산하는 포스코는 분기별로 제강사에게 가격 변동 여부를 통지하는데, 이들이 분기 말이나 분기 초에 모여 가격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이들 제강사의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선재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 국면을 맞다가 2016년 2분기를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가격 담합이 시작됐다. 고려제강 등 7개 제강사가 그해 4월 초 킬로그램(㎏)당 80~100원 올리기로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3개 제강사가 추가 합류해 5차례 인상을 도모했다. 원자재 가격이 변화하지 않는 기간에도 추가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 등 3차례 합의가 있었다.

공정위는 "2016년 2분기 이전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상당 기간 유지됐기 때문에 제강사들이 개별적으로 가격 인상을 수요처에 요구하는 경우, 이를 쉽게 관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제강사는 수요처의 저항 없이 제품 판매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이 사건 담합 행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10개 제강사의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 가격 담합 내역. /공정위 제공

그러면서 이들은 가격 하락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선 판매 가격 인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는 2018년 9월, 2021년 11월 2차례 이뤄졌다. 이 밖에도 특정 거래처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경쟁사에 영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저가로 납품하지 않기로 합의한 3차례의 모임도 있었다.

결국 이런 담합으로 자동차·정밀기계 등 제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강선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됐다. 특히 이 기간 침대 스프링용 강선은 ㎏당 660원에서 1460원으로 120%나 올랐다. 정창욱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 기간 에이스침대 등 침대 가격도 30% 이상 인상됐는데, 원자재 비중이 있어 아주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10개 제강사의 가격 담합으로 인한 강선 제품 가격 변화. 단위는 킬로그램(㎏)당 원.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현재 제강 관련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대흥산업을 제외한 9개 제강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위반 기간이 짧은 대강선재를 제외한 9개 제강사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로는 만호제강이 168억2900만원으로 부과금이 가장 많았고, 흥덕산업(132억6600만원)과 DSR제강(104억130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이 중 대흥산업·동일제강·DSR제강·만호제강·영흥·청우제강 등 가담 정도가 크고 조사 협조가 미흡했던 6개 사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회사 대표나 담합 행위를 주도한 영업팀장 등 개인들에 대해선 고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임원급 이상의 인지 여부나 가담 부분에 대해 직접 확인이 되지는 않았다"며 "팀장급 당사자들도 대부분 지금 해당 업체에서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 고발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담합 근절을 위해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2배 상향한 이후 조치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30일 시행된 이 규정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강선 시장에서 관행처럼 장기간 지속돼 온 담합을 근절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편승한 가격 담합 등 향후 유사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