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2 부산여성 취·창업 박람회' 을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기업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뉴스1

최근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고용 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육아기로 분류되는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하면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여성 고용률 동향이 일본의 10여년 전 수준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한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여성 취업자수는 평균 32만4000명 증가했다. 올해 들어 여성 고용률은 20~24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30대’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올해 1~8월 30~34세 여성 고용률은 70.6%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포인트(p) 상승했다. 35~39세 여성의 고용률은 64%로 전년 동월 대비 4.4%p 상승했다. 그동안 여성 고용률 상승은 미혼 여성이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선 기혼 및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 증가가 두드러진다.

2013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미혼 여성의 고용률이 9.9%p 상승하는 동안,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3.8%p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미혼 여성의 고용률이 1.0%p 증가하는 사이, 기혼 여성 고용률은 1.4%p 증가하며 더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에서 출산양육기 여성의 경력 단절로 발생하는 ‘M곡선’의 형태가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30대의 고용률이 푹 꺼진 상태인 것이 현실이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모계 양육을 중시하는 일본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여성 고용률 추이는 일본의 2010년 고용 흐름과 유사하다. 연령대별 고용 동향과 출산·양육기 여성의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M곡선’ 형태도 닮았다.

그래픽=손민균

여성의 고용이 증가하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일본에선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는 중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합계출산율이 1.39명에서 1.26명으로 0.13명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에서 0.78명으로 0.45명이 줄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일본의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일본의 여성 고용률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로 일본 정부의 일·가정 양립 및 여성활약 정책 추진을 꼽는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한국보다 10년 앞서 경력 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경력단절을 지원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육아휴직 등을 보장했고, 기업에 여성 채용 비율 등 여성 고용 관련 상황을 공표하도록 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2012년 말 정권을 잡은 아베정부 국가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여성활약 정책을 중정적으로 추진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 및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국가 성장정책에 중요한 요소라고 본 것이다.

아베정부는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2015년 9월엔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기업에 여성 채용 비율과 남녀 직원 근속연수 격차, 노동시간 상황, 여성 관리직 비율 등의 공표를 의무화했다. 이를 토대로 여성 고용 친화 기업이라고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선 인정 마크를 부여하고 공공 조달 가점, 정부 정책자금 대출 시 금리 인하 혜택 등을 부여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영향으로 일본의 30~34세 여성 고용률은 2010년 64.1%에서 2022년 78.4%로 상승했고, 35~39세 여성 고용률은 62.6%에서 77%로 올랐다. 임금 격차도 줄었다. 정규직의 경우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이 ‘100대 65.5′(2000년)에서 ‘100대 73.3′(2018년)으로 좁혀졌다.

임금 정체로 인한 맞벌이 증가 등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부총괄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일본 여성 고용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 영향도 있으나 정규직 임금 억제에 따른 맞벌이 증가 등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는 동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했고, 여성 배우자의 소득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가계 수입 확대를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고용 확대를 위해선 일본처럼 법·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여성의 고용 확대와 관련해 일·육아 병행 및 경력 단절 예방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충분치는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특히 여직원의 출산·양육 지원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격차가 커, 정부의 정책 의지가 구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와 남성 대비 낮은 고용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의지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여성 고용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아베 정부가 여성활약 정책과 기본법 제정으로 기업에 의무를 부여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과 출산, 육아 연령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