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월간 무역수지가 3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2년 내 최대 규모 흑자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넉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12개월째 감소했지만, 수입액이 더 크게 줄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46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다. 수입은 509억6000만달러로 16.5%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을 지난 1분기 12.7%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엔 -12%, 7월부터는 -16.2%, 8월 -8.3%, 9월 -4.4%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물량은 수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6억 달러로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작년 10월 이후 최고실적을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최고 실적인 99억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저점 이후 수출 회복 흐름을 이어나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제품 가격 하락으로 감소했다”면서도 “메모리 감산효과가 가시화하고 현물가격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DDR5 및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제품 수요확대 등에 따라 수급 상황은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기록한 자동차(+10%, 역대 9월중 1위)를 포함, 일반기계(+10%), 선박(+15%), 철강(+7%), 디스플레이(+4%), 가전(+8%) 등 6개 주력 품목도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자동차는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며 15개월 연속 수출이 성장했다. 특히 유망품목인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46.5% 증가하며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기계 부분은 북미와 EU 지역의 생산·설비 투자에 따른 수요 확대, 중동·중남미 수출 다변화를 통한 신흥국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6개월 연속 수출이 늘었다.

이 밖에 가전은 북미와 서유럽을 중심으로 고효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며 전년 대비 수출액이 8.5%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는 모바일과 노트북 등 IT 제품의 OLED 수요 확대에 따라 수출이 4.2% 늘었다.

지역별로는 9월 대(對)중국 수출이 올해 최고 실적인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1억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대(對)미국 수출은 9% 증가했고, 대(對)EU 수출도 7% 증가했다. 미국과 EU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9월 실적 중 가장 좋았다.

올해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던 대아세안 수출은 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에 따라 감소율이 -8%로 한 자릿수로 개선됐다고 산업부 관계자는 전했다.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36%) 영향으로 16.5% 감소했다. 9월 원유 수입은 16% 감소했다. 가스(-63%)와 석탄(-37%)도 수입이 크게 줄었다.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등의 수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2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 멕시코 관세 인상 등 자국우선주의 정책 기조가 미국·EU·중국 등 거대 경제권을 넘어 다른 국가로 확산하면서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IRA, 반도체법 등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진출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