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

부품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사용해 삼성전자와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을 체결한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장기 부품 공급계약을 강제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브로드컴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했다고 21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최첨단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반도체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기기에 탑재하는 부품의 공급을 상당 부분 브로드컴에 의존해 왔다. 2018년부터 일부 부품에서 경쟁이 시작되자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장기간 매출을 보장받고자 LTA 체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선 다원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LTA 체결을 거절했다. 이에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부품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LTA 체결을 압박했다.

선적 중단 등으로 심각한 공급차질을 겪은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000만달러어치를 구매하고, 구매금액이 7억6000만달러에 미달할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의 LTA를 2020년 3월 체결했다.

브로드컴은 당시 삼성전자가 부품공급 다원화 전략에 따라 경쟁사업자의 부품을 일부 채택하자, 해당 경쟁사업자를 ‘증오스러운 경쟁자’라 칭하며 삼성전자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LTA 체결 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을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했다. 또한 구매물량을 지키기 위해 보급형 모델에까지 브로드컴 부품을 탑재하고, 다음연도 물량을 선구매해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부품 공급 다원화 전략을 지속할 수 없었고, 선택권이 제한됐다”면서 “브로드컴의 부품은 경쟁사업자보다 비싸 단가 인상에 따른 금전적 불이익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단가인상에 따른 삼성전자가 지불한 금전적 불이익의 규모는 1억6000만달러(한화 214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브로드컴이 부당한 방식으로 체결한 LTA는 3년짜리 계약이었으나 돌연 2021년 8월 종료됐다. 경쟁당국에서는 2021년부터 본격화된 사건 조사가 계약 종료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20년 6월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사실 관계 조사 등을 마친 뒤 2021년 2월 브로드컴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비슷한 시접 EU의 경쟁당국에서도 브로드컴과 삼성전자에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다”면서 “이러한 액션이 계약 종료에 영향을 준 게 아닐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양사의) LTA로 인해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들은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를 잃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부품 제조사의 투자 유인이 없어져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까지 초래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이러한 브로드컴의 행위는 거래상대방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앞으로도 반도체 등 핵심 기반 산업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