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가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가 둔화했다가 회복하는 상황이지, 불황에 빠진 건 아니다. 4분기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가 되면, '불황형 흑자'라는 말은 의미 없어질 것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7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지난 8일 한국은행이 진행한 '2023년 7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7월 상품수지를 두고 '불황형 흑자'라는 해석이 나오자, 불황이 아니라 경기 둔화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불황형 흑자라는 말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7월 상품수지는 42억80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수출은 50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7억9000만달러(-14.8%) 줄었다. 수입은 46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35억9000만달러(-22.7%)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었으니 흑자 폭이 커졌더라도 불황형 흑자라고 해석했다.

한국은행은 불황형 흑자라는 판단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사실 불황형 흑자는 학계에서 정의된 단어가 아니라 언론에서 쓰다가 굳어진 단어로 알고 있다"면서 "불황은 리세션(resession)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반기는 경기가 회복하는 추세이지 불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불황을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이 쇠퇴하고, 수출·수입이 줄어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으로 보고 있다. 기업 이익의 감소, 투자·소비 축소, 실업자 증가 등 전체적인 경제활동 수준이 침체한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9%였기에 하반기에 1.8%가 나오면 올해 성장률은 1.4%가 된다. 하반기 성장률은 수치상으로 전반기보다도 높다. 한국은행 기준으로 경기 둔화는 맞지만, 불황으로 보기 어려운 셈이다.

더구나 7월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국제유가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7월 품목별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5.4% 줄었는데, 에너지류를 제외하면 15.5% 감소했다. 품목별 수출입 규모는 국내에서 통관 신고된 물품을 대상으로 집계해 상품수지와 차이가 있다. 상품수지는 국내외 거주자, 비거주자 간 발생한 모든 수출입 거래를 합산해 도출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유류 수입액이 줄어 상품수지 흑자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까지 올랐다가 올해 7월에는 70달러 선까지 내려오면서 상품수지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달에는 90달러 선을 돌파해 하반기 경상수지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7월 상품수지에서 자본재, 소비재 수입도 각각 12.5%, 12.1% 줄어든 점은 불황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국내에서 소비,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최근 자본재 수입액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월간 기준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투자가 위축되다 보니 반도체 제조장비(-13.7%), 반도체(-22.6%) 등 자본재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정부는 반도체 고객사 감산, 재고 조정 등으로 4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바뀐다고 보고 있다. 이후 내년 민간소비도 살아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민간소비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1.0%로, 내년 상반기, 하반기는 각각 1.8%, 2.5%로 예측했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출도 4분기 지표상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꼭 흑자, 적자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균형에 있는 상태가 바람직한데, IMF 외환위기 이후로 상품수지가 흑자가 나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