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월세 값이 주 지표에 포함되고, '자가주거비'는 보조지표로만 활용되는 현행 물가 산정 방식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가 다룰 통계청 소관 주요 이슈로 '소비자물가 산정 방식 관련 논의'가 꼽힌다. 입법조사처는 "소비자물가 산정 시 직접 관측되지 않는 자가주거비 반영 여부와 관련해 필요성과 제약 요건이 병존한다"며 "물가는 인플레이션 지표의 기능뿐 아니라 다른 주요 경제 정책의 준거로도 활용되므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통계청은 주거비를 어떤 방식으로 물가 지표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연말에 나온다. 개편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 봤다.
① 전·월세 계약가 기준, 2~4년간 고정 문제
첫 번째 문제는 전·월세 가격의 고정 문제다. 우리나라는 매월 집계하는 물가 지수에 자가주거비, 즉 본인 소유의 집에 관한 비용은 산정하지 않는다. 대신 집세 명목으로 '전·월세 비용'만 넣는다. 매월 초 전국 38개 도시 아파트와 일반주택 1만1000가구를 표본 조사해 '계약 가격'의 오름폭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월세 계약이 보통 2년(24개월) 만에 새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표본의 96%(24분의23)가량은 전·월세의 비용의 변동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2020년부터 시행한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가격 고정 기간은 최대 4년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물가 통계 중 집세 항목만 떼어놓고 보면, 7월 전년 동기 대비 전·월세 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월 1.3%를 기록한 뒤 점차 하향해 0%대까지 내려온 모습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월세 '시장 가격' 동향과는 괴리가 있다. 부동산원이 공개한 '7월 전국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전세 가격 변동률은 -11.38%, 월세는 -1.41%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미 시세는 많이 올랐는데 현재 책정되는 전·월세 집값은 4년 전 가격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이를 업데이트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②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 주지표 격상 문제
두 번째는 전·월세가 아닌 '자가'의 주거비도 정식 물가 지표에 포함할 것인지와 관련한 문제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1995년부터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를 별도 보조지표로 따로 산출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9개국이 자가주거비를 주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9월 발행한 '자가주거비와 소비자물가'란 제목의 BOK 이슈노트를 통해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수의 중앙은행은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지수를 물가안정 목표 대상 지표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지표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해 공표해야 한다고 보는 측에선 통계의 '현실성'을 강조한다. 조사처는 "소비자물가는 가계 생계비 부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라는 점에서 자가주거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주지표에 현실적 부담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 상승 시 물가가 실제보다 과소 추정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편에선, 통계 품질의 저하나 물가의 과도한 변동성을 우려한다. 참고로 물가 지표에 반영될 자가주거비는 집값 그 자체라기보다, 주택이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의 가격'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기에 추정을 통해 산출될 수밖에 없는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추정 방법이 없는 데다 그 방법에 따라 추정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자칫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시기에 소비자물가 지수가 자가주거비 영향을 과도하게 받아 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③ 적절한 자가주거비 측정 방식은 무엇인가
마지막 쟁점은 만약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 주지표에 반영한다면, 이를 어떻게 측정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다. 그렇다고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보조지표(자가주거비 포함지수)를 그대로 주지표로 가져다 쓰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통계청은 '자가 거주에 대한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자가주거비를 정의하고, 이를 '같은 집을 전·월세로 산다고 가정할 때 얻을 수 있는 주택 임차료'로 계산(임대료 상당액법)하고 있다. 즉 자가주거비를 별도로 추정하지 않고 소비자 물가지수 내 집세(전·월세) 지수를 본떠 이 가중치만을 늘려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주지표의 집세 가중치는 9.83%인데, 보조지표에선 이것이 27.76%나 된다. 단순히 가중치만을 늘린 것이기 때문에 계약 기간 2~4년간 가격이 고정되는 문제는 여기서도 반복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였는데, 보조지표로 함께 발표된 '자가주거비 포함지수 물가 상승률'은 1.9%였다. 이 지표대로라면 이미 한은의 목표치인 2%를 달성한 셈이다. 해당 보조지표 상승률을 과거 연간으로 보면 ▲2019년 0.3% ▲2020년 0.5% ▲2021년 2.3% ▲2022년 4.4%였는데, 소비자물가 주지표는 각각 0.4%, 0.5%, 2.5%, 5.1%였다. 집값 급상승기로 불리는 2020~2021년에도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 상승률은 되레 실제 물가 상승률보다 낮았다.
자가주거비 측정 방법에는 우리나라 통계청이 취하고 있는 임대료상당액법 외에도 사용자비용법, 순취득접근법, 지불접근법 등이 있다. 사용자비용법은 대출 이자와 세금 등 본인 소유 주택을 사용하는 데 수반되는 제반 비용을 측정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일본 등 13개국이 임대료상당액법을, 스웨덴·아이슬란드·캐나다 등 3개국이 사용자비용법을, 뉴질랜드·핀란드·호주 등 3개국이 순취득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 밖에도 집값 시세를 활용하는데 국토교통부의 임대차 신고 자료나 부동산원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3월 시작한 관련 연구용역의 결과는 오는 12월 나올 전망이다. 다만 통계청은 소비자물가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2년 뒤인 2025년까지 개선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물가 지표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