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 회복 이후 소비 흐름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넘어간 게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 장기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통화 긴축 역시 금리에 민감한 제조업 부문의 경기 부진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25일 발간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 평가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강국면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의 제조업 경기 부진이 서비스 경기와의 격차가 이례적으로 크고, 기간도 길고, 국가·업종별 격차가 크다는 점이 이전의 경기 하강기와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서비스로의 소비 전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재화 수요 위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시기 급증한 재화 소비가 2022년 이후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크게 둔화됐고, 방역 완화로 가계 수요가 여행 등 서비스로 집중된 게 제조업 둔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팬데믹 직후 재화소비는 각국 정부의 재정지원 및 방역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급증했다"면서 "그러나 2022년 들어 긴축기조가 강화되면서 교체 주기가 긴 내구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둔화됐다. 여기에 가계 수요가 여행 등 대면서비스에 집중되면서 재화소비를 대체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 약화도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의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은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기관은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올해 1분기 중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spillover)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자보다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과거처럼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견인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부동산 침체와 대외수요 둔화 등으로 중국의 성장세는 더욱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에 대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경제주체의 위험회피적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가계 소득 개선세 약화 등도 중국의 내수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 같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이후로는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재화 소비도 정상화하는 등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긴축 기조 완화가 제조업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 제조업 부문의 재고 조정이 진정되고 있는 점도 향후 제조업 경기의 개선 요인으로 평가된다.
변수로는 역시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추세적 성장 둔화가 거론된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의 성장 동력이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높은 부채수준과 자본생산성 하락 등에 따른 투자 위축은 중장기 성장률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전반적인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경제가 이러한 제조업 경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일본 등과의 공급망 결속이 탄탄해지고 있는 점은 첨단기술 개발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