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5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상황인 만큼 금리를 올릴 명분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통화당국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격적 긴축 정책의 영향을 확인해야 하는 시기에 돌입했다고 했다.
최초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갈렸다. 절반이 내년 1분기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중국의 경기 불안이 크게 확산하면 우리나라도 경기 대응 필요성이 커지면서 인하 시점이 올해 4분기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한은은 이번에 수정 경제전망을 함께 내놓는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보다 내려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40%였다.
조선비즈가 지난 18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모두 한은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결정이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질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 "1월 '인상 사이클' 마지막" 시각 굳어져
올해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1월(연 3.25→3.50%) 기준금리 결정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이었다는 확신이 시장에서 굳어졌다는 의미다.
물가가 안정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이슈에 대응할 필요성이 줄었고, 부동산 부실·연체율 상승 등 위험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 경기가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글로벌 통화 긴축 흐름을 견인해 온 미국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긴축 마무리 국면을 시사한 것도 한국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또 다른 배경"이라고 했다.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이 한 차례 열려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었다. 추석 물가와 유가, 환율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추석 식품 물가가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면서 "한은이 연말까지 3% 내외의 물가 상승을 예상하지만, 물가가 이보다 더 뛰고 유가도 크게 오를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는다면 금리 결정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은 역시 최종금리 수준을 연 3.75%로 열어두자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 금리 인하, 4Q 20%·내년 1Q 50%·2Q 30%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 50%로 가장 많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미국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실업률 등 고용 지표 둔화를 확인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은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앞선 시점에 조기 인하를 단행하되, 연준 대비 인하 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한미 금리차 확대 대응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했다.
내년 2분기를 꼽은 답변은 30%로 그 뒤를 이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물가 소폭 반등, 부동산 시장 강보합 장세에 의한 가계부채 규모 반등과 외환시장 안정화 확인 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2분기 정도로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연내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20%였다. 중국발(發) 경기 둔화 리스크가 그 이유로 꼽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있긴 하나,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 인하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이야기했다.
◇ 1.4% 성장 유지 '우세'… 40%는 하향 조정 가능성
한편 이달 금통위에선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된다. 지난 5월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3.3%로 제시한 바 있다.
대부분 전문가가 한은이 기존 전망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본 가운데, 40%는 소폭 하향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안재균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 반등 요소 중 하나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며 "수출도 반등하나 싶었지만 이달 다시 내려오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 유가가 상승하면 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또 불거질 수 있다"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p)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가 전망치에 대해선 유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근원물가는 하반기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올해 연간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