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종 공유숙박 플랫폼인 ‘위홈’이 글로벌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홈 측은 에어비앤비가 ‘내국인 대상 도심 지역 공유숙박’처럼 현행법상 금지된 형태의 영업을 하면서, 공유숙박 플랫폼 시장 내에서 부당하게 독점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공정위는 불법 운영에 따른 행정 처분과 형사 처벌의 영역을 넘어, 이것이 불공정행위로도 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1일 숙박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위홈 측은 지난달 초 “에어비앤비가 한국 공유숙박 시장을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독점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해당 사안은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접수해 들여다보고 있다.

토종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위)과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로고.

위홈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제도를 활용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서울 등 도심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2019년 정부 승인을 받았고,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된다.

현재 위홈을 거치지 않고 내국인을 상대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이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에어비앤비에서도 서울·부산·제주 등지에서 내국인 상대 영업을 하는 집주인이 있다.

위홈은 에어비앤비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해 온 탓에 오히려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홈 측은 “에어비앤비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치외법권적인 자유를 누리면서 시장의 독점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위홈에서 운영하기 위해 특례를 받은 호스트(집주인)들도 실제 영업은 에어비앤비에서 더 활발히 하는 현실이다. 신규 호스트 확보도, 투자 유치도 힘들다”고 했다.

위홈 측은 에어비앤비가 호스트에게 내국인 숙박을 강요해, 이런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도심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합법적인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외도민업) 호스트라도, 내국인 예약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위홈 측은 “‘슈퍼호스트’(에어비앤비가 붙여주는 우수 숙박업자 칭호) 자격을 박탈하거나, 랭킹 하향 조정, 숙소 노출 중지 또는 등록 취소 등의 불이익이 있어, 호스트가 어쩔 수 없이 내국인 예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AirDNA)에서 서울 지역에 등록된 에어비앤비 숙소의 수를 조회하면 1만3727곳으로 집계된다. /AirDNA 캡처

다만 공정위는 이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는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우선 에어비앤비의 공유숙박 불법 영업 방식 자체는 행정 처분 또는 형사 처벌의 영역이라 공정위가 들여다볼 사안은 아니다. 대신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력을 ‘남용한 행위’가 있었느냐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위홈은 정부의 실증특례 부여 조건에 따라, 호스트를 4000명까지만 등록해 운영할 수 있다. 한편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AirDNA)에 따르면, 현재 에어비앤비의 서울 내 숙소 수는 1만7853개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예약을 받는 형태일 것으로 추정되나, 단속의 어려움 등으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위홈은 공유숙박 시장 점유율의 98%를 에어비앤비가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에어비앤비 측은 불법 숙박업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에 처음 증인으로 출석해 소명한 바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에어비앤비 숙소의 90%가 불법 숙소임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손희석 에어비앤비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내부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공유숙박 업계에선 “이후에도 여전히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