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투자액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 미 달러화 강세로 증권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대(對)중국 수출 부진으로 중국 관련 투자만 146억달러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2년말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비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년 전보다 162억달러 줄어든 1조7456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이 연간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는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투자를 뜻하는 금융자산(대외투자)과 외국인의 국내투자로 분류되는 금융부채(외국인투자) 잔액을 지역별·통화별로 세분화한 통계다.

대외금융자산을 투자지역별로 보면 미국이 6833억달러(39.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남아 2448억달러(14%), 유럽연합(EU) 2306억달러(13.2%), 중국 1518억달러(8.7%), 일본 487억달러(2.8%)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잔액은 동남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했다. 지난해 글로벌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의 여파로 증권투자가 줄어든 데 기인한다. 지역별로 중국(-146억달러), EU(-126억달러), 미국(-19억달러) 등의 투자잔액은 줄어든 반면, 동남아 투자잔액은 199억달러 늘었다.

유복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동남아 투자잔액이 늘어난 이유로 ‘직접투자 증가’를 꼽았다. 유 팀장은 “싱가포르, 홍콩 등에 대한 투자가 대체투자나 신성장 산업군, 기업 인수, 야놀자 등 서비스업의 현지 지출 목적으로 증가했다”며 “동남아는 파생금융상품 관련 투자도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브렉시트 이후에 싱가포르 등의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투자잔액은 146억달러 줄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의 경우 통화가치 하락 외에도 대중 수출 부진이 투자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투자형태별로는 직접투자는 미국이 1745억달러(27%), 동남아가 1442억달러(22.3%)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증권투자 역시 미국이 4230억달러(57.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EU가 1072억달러(14.5%)로 뒤를 이었다. 기타투자도 미국이 791억달러(26.9%)로 1위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잔액을 뜻하는 대외금융부채도 1년 사이 1423억달러 줄어든 1조3974억달러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763억달러)이 후 가장 컸다.

국내 증시 부진, 강달러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의 여파로 모든 지역의 투자잔액이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투자잔액이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634억달러 대폭 줄었다. EU(-265억달러), 동남아(-213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액수만 놓고 보면 투자지역별로는 미국이 3245억달러(2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남아와 EU가 각각 3132억달러(22.4%), 2284억달러(16.3%)였다.

이밖에 직접투자는 EU가 713억달러(26.2%), 증권투자는 미국이 2465억달러(30.3%), 기타투자는 동남아가 847억달러(34.5%)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