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여전하지만 물가가 3%대 초반까지 진정세를 보이는 만큼, 이제는 침체하는 경기를 반등시키는 데 주력할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는 민간의 활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카드를 내세우기 위해 고민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런 경제 여건을 토대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방향이 다음 달 초 발표되는 터라 아직 세부 내용을 예단하기 힘들지만, 경기에 방점을 찍는 콘셉트의 방향성은 얼추 잡힌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경기 저점'이 통과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각종 실물지표를 봐야 하겠지만,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는 하반기 초입에는 '정책 터닝포인트(전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읽힌다. 물가안정 비중을 다소간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를 뒷받침하는 정책 의지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6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여름철 농축산물 및 식품·외식 물가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확고한 민생안정과 함께 하반기 경기 반등,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
문제는 경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통상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쓰는 방법은 통화·금융·재정 정책이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영역인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론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재정은 빠듯하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5월 이후 연말까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38조5000억원 부족하다. 게다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려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섣부른 '추경 편성론'을 일축하고 지출구조조정, 가용재원 총동원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결국은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운용이라는 윤석열 정부 기조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나랏돈을 직접 투입하는 고전적인 방식보다는 민간활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역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리쇼어링(국내 이전)'이 대표 사례다. 해외 자회사 잉여금의 국내 배당과 관련된 법인세 개정으로,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은 올해 59억달러(7조8000여억원)로 작년의 4.6배로 급증했다.
경제체질의 구조개선 의지에도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경기 대응이 단기 과제라면,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은 장기적 성장력에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개발 5개년' 60주년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급속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생산성 제고와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