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폐기의 상징과 같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본격화한 에너지 당국이 '2024년 중 착공' 스케줄의 명줄을 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건설 허가권을 쥔 원안위가 협조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원안위는 위원 9명 중 5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된 인물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임명된 4명 중 1명도 야당 추천 인사다. 이들은 이전 심사 때도 완공된 원전 가동을 15개월 동안 막는가 하면 비행기 충돌 우려, 북한 공격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어 비판받았다.
◇ 본 공사 착수하려면 건설 허가 통과 필수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에너지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신한울 원자력 3·4호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 고시를 이달 16일 관보에 게재하기 위해 현재 막바지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보 게재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면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발전소 터를 다지는 부지정지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은 대규모 전력 공급원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 사항을 일괄 승인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이던 작년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화하고, 11개월 만에 실시계획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는 직전 3개 원전 건설 사업의 평균 실시계획 승인 기간인 30개월보다 19개월이나 빠른 것이다.
경북 울진군 북면에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2002년 5월 김대중 정부가 처음 추진해 2016년 8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2017년 2월 발전사업 허가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중단됐다. 이후 정권을 넘겨받은 윤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작년 7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사실 에너지 당국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통과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건 발전소 터 다지기가 전부여서다. 원자로 시설 굴착 등 본 공사에 돌입하려면 다음 단계인 원안위의 건설 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안위는 사업자의 건설 허가 신청일로부터 15개월 이내에 승인 여부를 정해야 한다. 한수원이 작년 12월에 신청했으므로 원안위에 주어진 심사 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 '비행기 충돌·北 장사정포' 대책 요구 무리수
에너지 당국 입장에서 문제는 원안위가 필요에 따라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사업 추진 일정상 리스크로 보는 지점도 여기다. 심지어 현 원안위에는 탈원전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원안위는 총 9명의 위원으로 이뤄졌다. 유국희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이 문 정부에서 위촉됐다. 윤 정부 출범 후 임명된 4명 중 1명도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다. 다만 이 중 유 위원장은 원안위 기획조정관,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등을 지낸 공무원으로 전 정부 인사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원안위 위원이 전 정부 시절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사업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한다. 2020년 3월 완공된 신한울 1호기와 관련해 11차례나 회의를 반복하면서 가동을 15개월 동안 막은 게 대표적이다. 2021년 보고 때는 비행기의 격납 건물 충돌 가능성에 대비했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또 원안위는 북한 장사정포 방어 대책을 세우라고도 했다.
이런 전례가 있다 보니 산업부 직원들은 내부적으로 "건설 허가 심사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준공 시기를 각각 2032년과 2033년으로 내다봤는데, '내년 상반기 중 건설 허가가 난다'는 게 그 전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안위가 연초 업무보고에서 2024년 중 신한울 3·4호기 심의 건을 상정하겠다고 한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건설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원안위는 심사를 일부러 늦추거나 꼬투리 잡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반박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심사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해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예정보다 길어지는 일은 발생할 수 있지만, 원안위가 일부러 늑장을 부리진 않는다"며 "원안위에 최우선순위는 원전의 안전한 가동이고, 이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