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채권에 약 20조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서서히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외국인의 채권자금 순유입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감독원의 '일일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19조4000억원 순유입됐다. 지난해 6월 이후 빠져나간 채권 자금을 최근 3개월 안에 모두 만회했을 만큼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 흐름이 강한 순유입 흐름으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38조4500억원으로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의 화면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정책금리 결정을 발표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외국인의 채권자금 흐름은 3월부터 3조1000억원으로 증가 전환했고, 4월에는 4조7000억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달에는 약 11조7000억원(추정치)으로 순유입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과거 최대치는 2021년 6월의 9조4000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로 벌어지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주된 이유로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는 재정거래 유인 증가, 금리인하 기대, 공공자금 투자여력 개선 등을 꼽았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외화자금시장이 여건이 악화된 데 따라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내외금리차(통안채-리보)와 3개월물 스왑레이트의 격차가 클수록 재정거래(차익거래) 유인이 확대된다. 4월 기준 43bp(1bp=0.01%포인트)였던 재정거래 유인은 5월 들어 46bp로 상승했다.

외국인 원화 채권 순투자 추이 / 국제금융센터

최근까지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외국인이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이 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한 뒤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 풀 꺾였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기조)이 마무리되는 연말로 갈수록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밖에 올해 채권 수급 상황이 양호할 것이란 전망도 외국인의 순투자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세수 부족으로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제고 의지를 감안할 때 금리 상승 우려가 크지 않다"고 했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3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정부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가용재원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세수 펑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권 부장은 "지난해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에서 기록적인 자금 순유출이 나타났는데,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사이클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채권투자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재정거래 자금의 경우 단기 성향이 강해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유입세가 이어지더라도 유입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