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4~5년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 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했는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주요 화두로 대두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을 지칭하는 용어이긴 하나,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띄운 정치·정책적 어젠다이기도 하다.

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12월 17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26일 감사원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총 20일간 기재부·국조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 점검’(산업 구조 변화 대응 실태)에 관련한 실지 감사(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내용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순 없으나, 통상 과거 3년 내지 5년 치 내용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 두 기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효과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어젠다로 삼았다. 취임 직후인 2017년엔 대통령 직속 기구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기재부도 적극 부응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인 2018년 예산안에는 ‘4차 산업 혁명 대응’을 포함한 4대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테마로 잡혔다. 그해 기재부에는 문 전 대통령의 주문으로 ‘혁신성장본부’가 생겼는데, 각종 잡음 끝에 급을 낮춰 이듬해 ‘혁신성장추진기획단’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재부가 추진한 신성장 관련 정책의 범위가 워낙 방대하긴 하나, 일각에선 과거 혁신성장추진단에서 이행했던 성과물들이 감사원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9년부터 부각하기 시작한 정책 네이밍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빅3(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뉴딜’ 사업도 일부 연관된다.

더욱이 이전 정부의 4차 산업 관련 조직은 현 윤석열 정부 들어 번번이 ‘우선’ 개혁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기재부 산하 혁신성장추진단은 ‘혁두사미’(혁신추진단+용두사미를 활용한 조어)란 오명을 달고 지난해 5월 31일 문을 닫았고, 대통령실 직속 4차산업위 역시 같은 해 9월 폐지됐다. 단 윤석열 정부는 각각 기재부 산하 ‘신성장전략기획추진단’,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기능을 하는 조직을 가동 중이다.

장병규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역점 성과들이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번 감사 대상 기관인 기재부·국조실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시절 홍 전 부총리가 모두 수장으로서 거친 곳이기 때문이다.

홍 전 부총리는 2017~2018년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발탁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역임했던 이력을 들어 청와대에선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릴 인재”라고 소개했다. 이후 2018~2022년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한편 4차 산업혁명 대응 점검을 주제로 한 감사원 감사는 ‘시리즈’로 진행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감사 1편을 진행했고, ‘데이터 개방 및 활용 실태’와 관련한 감사 보고서를 지난 2월 말 공개했다.

2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4년간 정부 데이터 사업 예산(5조6000억원)을 데이터 생애 주기별(생산-유통-활용)로 재분류한 결과 생산(49%) 분야에만 투자가 치우쳤으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2·3편의 감사 주제는 ‘핵심 인프라’나 ‘인력 양성 분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