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공급망 재편에 우리나라가 동참할 경우 경제 성장률 감소폭이 최대 0.641%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희현 연구위원은 24일 'KDI 글로벌경제리뷰'의 '주요국의 전략 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과 우리 경제의 대외 취약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이른바 '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EU는 반도체법과 그린딜 산업계획을 통해 공급망 재편 작업 중이다. 반도체·친환경 산업 경쟁력 강화와 역외 의존도 축소를 목표로 추진되는 법안으로,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의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중국발 무역 제재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미미하지만, 우리나라가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경우 GDP 감소 폭을 축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과 EU 모두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과 교역을 끊고, 미국이 해당 산업의 60%를 북미로부터 조달할 경우 국내 GDP 감소 폭은 0.004~0.016%포인트로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중국과의 반도체 및 배터리 교역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반도체 및 배터리 중간재 조달은 여전히 유지해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과 EU 모두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고 미국이 해당 산업의 100%를 북미로부터 조달하며 한국 등 동맹국까지 중국과 해당 산업의 교역을 중단할 경우 한국의 GDP 감소 폭은 0.427~0.641%포인트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의 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23.8%에 달하는 등 중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서 "한국이 직접 중국과의 전략 산업 교역을 중단할 경우 중국의 무역 제재에 노출되는 비중은 크게 감소한다"고 했다.
다른 동맹국 또한 중국과의 반도체 및 배터리 교역을 중단해 반도체 및 배터리 관련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영향도 포함됐다. 임 연구위원은 "전략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자체적인 공급망 재편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대내적으로 전략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 수단을 도입하고 대외적으로 양자 및 다자간 국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