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인력 부족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년 뒤 저숙련 제조업에 종사하는 고용자 수는 1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경력단절 비중이 높은 30~40대 여성과 고령층, 고숙련 외국인을 활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9일 ‘BOK경제연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대안별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진행됐지만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겪고 있는 극심한 저출산 현상의 여파가 2020년대 이후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7년 0.84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하락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전례 없는 저출산 현상은 노동시장 진입인구의 감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우리나라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 기준 3738만명에서 2070년에는 1737만명으로 약 5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25~49세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1908만명에서 803만명으로 반토막이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2030년 전후로 우리나라 노동인구가 급격히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가 이런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향후 10년간 산업별 종사자수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 고용인원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저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은 지난해 기준 196만명에서 2032년 176만명으로 약 10.2%, 고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은 같은 기간 252만명에서 248만명으로 1.6%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고숙련 서비스업 종사자는 같은 기간 738만명에서 772만명으로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숙련 서비스업 종사자도 3.4%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고용인력 부족을 보완할 방법으로 크게 여성, 고령자, 고숙련 외국인 인력 도입을 꼽았다.

먼저 교육 수준이 높지만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이 된 30~44세 여성 고용률이 주요 7개국(G7) 평균인 70.2% 수준으로 높아지면 고숙련 서비스업 종사자 수가 15만명(45%)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현재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6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위에 그친다.

또 현재 67%에 불과한 50~66세 고령자 고용률이 일본 수준(76.8%)로 높아지면 저숙련 서비스업 종사자 수가 70만명(65.2%)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고숙련 제조업의 고용자 수도 7만명 증가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이어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부문을 보완하는 노동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내국인과 비슷한 숙련도를 가진 고숙련 외국인이 유입될 경우 고숙련 제조업에서의 고용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혜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요 성장 산업이 포함된 고숙련 서비스업의 인력 확충에는 여성 인력의 활용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고, 기피·사양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고숙련·저숙련 제조업의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고령자 및 외국인 고용촉진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