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의 전(全)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전월 대비 증가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나란히 늘어난 건 2021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의 일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이동량이 늘어난 게 음식·숙박·예술·스포츠 등 대면 서비스업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소비도 넉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은 17% 이상 추락하며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 하락 흐름이 컸던 만큼 경기 국면 전환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3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4(2020년=100)로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과 11월(-0.5%) 감소한 뒤 12월부터 3개월째 소폭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광공업 생산이 3.2% 줄었으나 운수‧창고, 숙박‧음식 등의 서비스업 생산이 0.7% 늘어난 게 전산업 생산 증가에 기여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서비스업 생산 증가와 관련해 "겨울 한파가 지나가고 날이 서서히 풀리면서 이동량이 늘어난 것이 대면 서비스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생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정보통신(-4.0%)은 줄었으나, 운수‧창고는 5.4%, 숙박‧음식은 8.0%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의 경우 1차금속(5.1%) 생산이 늘었으나, D램·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생산이 전월보다 17.1% 감소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41.8% 급감했다. 대형승용차·대형버스 등 자동차 생산도 전월 대비 4.8% 줄었다. 반도체 부진의 여파로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8.9%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8.4%로 전월 대비 2.4%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달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8.4로 전월 대비 5.3% 늘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2.3%), 12월(-0.2%), 올해 1월(-1.1%) 등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2월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6.4%)와 승용차 등 내구재(4.6%), 의복 등 준내구재(3.5%) 판매가 모두 늘었다. 김 심의관은 비내구재 증가와 관련해 "전월의 기저효과, 대규모 할인 행사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3.0%) 투자가 줄었으나,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1.3%) 투자가 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건설기성도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늘면서 6.0% 증가했다. 국내 기계수주의 경우 공공(71.3%)에서 늘었으나, 민간(-12.2%)에서 줄면서 전년 동월 대비 8.5% 감소했다.
14개월 만의 트리플 증가에 힘입어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P 올랐다.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반년 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P 내렸다. 작년 10월 보합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통계청은 우리 경기 흐름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심의관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전환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이 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