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高)물가 흐름이 여전한 만큼 내수 진작 시도가 자칫 물가 자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그간 예산 낭비 지적이 많았던 지역축제가 정부 의도대로 내수 진작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분야 정책과 조화를 점검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관광 산업을 키우려면 여가시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근로시간 확대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쪼그라든 소비심리 개선에 도움 기대"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정부가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관광·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의 소비 회복을 도우려는 대책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부분과 외국인의 국내관광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유치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라며 "상반기 소비 진작으로 대외경제 불확실성의 시기를 잘 넘기면 하반기부터는 수출을 비롯한 경기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즉 이번 대책은 (경기가) 내려가는 시기와 다시 올라가는 시기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호용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적절한 대책"이라며 "국내 소비 기반을 강화하고 외국인의 방한 관광을 활성화하는 측면, 상생과 생계 부담 완화를 강조한 점 등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중소상인과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28일 "최근 실태조사 결과 대출잔액이 늘었다는 응답이 63.4%였고, 늘어난 이유는 78%가 매출 하락이었다. 한겨울 매서운 한파를 만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탓에 봄이 왔지만 소상공인에게 봄날은 아직도 멀다"며 정부에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 "금리 향방 불확실…물가 자극 경계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여전히 고물가 상황인 만큼 이번 내수 진작 대책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 흐름에서 나온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또 자극해 고물가를 장기화하지 않도록 물가 당국이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한국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 요인이 남아있다"며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방향성에 관한 불확실성도 큰데 자칫 이번 내수 진작의 효과가 물가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나타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은 교수는 "필요할 경우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갈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재정정책을 너무 확장적으로 가져가면 나중에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가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는 고금리 장기화라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물가 자극 우려에 대해 기재부 측은 "이번 대책은 그간 어려웠던 업종, 관광객이 오지 않아 힘들었던 지역 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가 조금씩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일회성·전시성 금지…정책 간 조화도 점검"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 진작의 일환으로 제시한 지역축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호용 교수는 "예산 낭비 지적이 많은 소규모 지역축제를 확대하는 대책이 내수 진작에 진짜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일회성 발표로 끝내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축제 발전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김성은 교수는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회성·전시성 대책이 전면에 나선 건 아쉽다"며 "실질 소득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간 일관성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생산성과 임금을 높이고 근로시간은 줄여 여가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근로시간을 확대하려고 한 최근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또 방한 관광객을 늘리려면 외교 정책 측면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강성진 교수는 '백화점식 정책 나열'의 흔적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강화와 임차인 지원 등 부동산 관련 내용까지 담았는데, 큰 틀에서는 연결될 수 있겠지만 이런 것까지 내수 활성화 방안에 포함하는 건 분량 확보를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