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에너지 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에너지 주무 부처 수장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윤 대통령 말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기·가스료 인상이 하반기로 밀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요금 인상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급격한 부담 가중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며 융통성 있게 하자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국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는 만큼 물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대통령실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인천시 등도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등의 조정 결정을 하반기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점진적으로는 에너지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3~4가지 지표 동향을 살피면서 에너지 요금 인상 스케줄을 잡겠다"며 "우선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을 면밀히 봐야 하고,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미수금 규모 변화도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가 회수율이 전기는 70% 초반대, 가스는 60%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미수금과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구조나 국민 생활 행태가 에너지 고효율·저소비 쪽으로 바뀌려면 어느 정도 가격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장관은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서 '산업용'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생활필수품인인 주택용은 가격이 오르면 국민에게 상당한 부담이 생겨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고려해야 하지만, 영업 또는 산업용으로 쓰는 에너지는 원가에 해당하고 수익 활동에 쓰이는 것이어서 (속도 조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난방비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에너지 고효율 국가로 바뀌어야 하고, 시장 가격으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정부가 너무 넓은 범위를 지원하면 취약계층을 위한 인센티브 의지와 정책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이 장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명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해당 법에는 불법 파업 범위와 교섭 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노사 관계가 상당히 불안해지고, 파업을 더 조장할 수 있다"며 "작년 외국인 투자를 300억달러 유치했는데 이런 법이 계속 나오면 외투뿐 아니라 국내 투자도 위축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