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건국 이래 존재하던 '차관보' 자리를 없애고 실장 체제로 조직 개편했습니다. 농식품부는 1948년 농림부라는 이름으로 생긴 역사가 긴 부처입니다.
차관보는 일부 부처에만 존재하는 별정직 공무원 자리입니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정도가 차관보 직제를 갖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도 통상차관보가 있지만, 통상을 관장하는 자리라 성격이 조금은 다릅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차관보를 두는 것은 역사적으로 그만큼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요도가 높은 부처라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외무부(현 외교부),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 차관보를 뒀습니다.
농식품부 장관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갖기도 했던 힘 있는 자리였습니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6촌 형인 윤영선 당시 농림장관의 추천을 받아 금통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농식품부 장관이 금통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희소성 있는 차관보를 없애고 실장 체제로 전환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이번 조직개편에는 농식품부의 개혁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차관보와 실장은 같은 1급이지만, 역할이 약간 다릅니다. 주도적으로 실·국을 이끌어 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철학입니다.
농식품부 차관보는 장관이 지시하는 사항에 대해 장관과 차관을 직접 보좌하는 참모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차관보를 실장으로 바꾸고는 농업혁신정책실장을 맡겼습니다. 식량정책실, 기획조정실까지 '3실장' 체계로 개편했습니다. 농업혁신정책실은 스마트농업, 농가 경영안정, 농업 공익가치 제고, 청년농 육성, 대체 식품 소재 발굴 등 식품 관련 신산업 육성을 맡을 예정입니다.
기존의 식품산업정책실은 폐지되고 식량정책실로 개편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요구 등으로 농축산물 생산 여건이 나빠지고 국제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입니다. 농축산물 생산·유통 업무를 총괄해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입니다. 기획조정실에는 동물복지, 농업환경 보호 등에 대응하기 위해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을 신설했고, 농촌 공간계획 부서도 강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장관이 현안에 대한 미션을 주면 수행하던 '별동대' 역할을 하던 차관보는 앞으로 실·국을 통솔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특정 업무에 매진하는 형태로 업무를 할 것입니다. 물론 차관보가 긴장감이 덜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맡은 분야가 분명한 것이 일하는 데는 더 나을 것입니다. 앞으로 농식품부가 더 좋은 정책들을 내놓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