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가스 등 에너지에 이어 택시·버스·지하철 등 교통 관련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다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미 계묘년(癸卯年) 첫 달 소비자물가가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3월과 4월에도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5%대 고(高)물가 흐름이 장기간 이어져 서민 고통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들이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공개한 '경제전망 수정 발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3.2%에서 3.5%로 0.3%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022년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 등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 근원물가 상승률도 3.3%에서 3.4%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올해 1월 물가 상승률의 경우 작년 4·7·10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전기요금이 오른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2022년 7월 0.49%p, 10월 0.77%p, 지난달 0.94%p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다. 작년 12월 상승률인 5.0%보다 0.2%p 확대된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건 3개월 만이다. 또 1월의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8%로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았던 작년 여름에도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7%에 그쳤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 랠리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올렸다.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나주시도 이달 1일자로 시내버스 요금을 평균 14.3% 상향 조정했다.

이어 3월에는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월에는 서울시가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각각 1250원, 12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20~30%에 달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한국은행·통계청 등 물가 당국은 1월에 이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2월 이후로도 한동안 5%대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KDI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전기료·가스료 등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새해부터 물가가 요동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공공물가는 다른 물가 항목과 소비자 심리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식당에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내부의 공공요금발(發) 물가 충격에 더해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 동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중고차 평균 거래 가격이 작년 12월(0.8%)에 이어 지난달에도 2.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긴 하나 9개월째 5%를 웃도는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역임 중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동시에 추구하기 힘들다"며 "약간의 경기 하강 압박을 각오하더라도 물가부터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4%대, 하반기 중 3%대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서서히 물가에서 경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