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해까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는데,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상폭을 일반적인 수준인 0.25%p로 되돌린 것이다.

그러나 연준은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면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인 2%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어 번(a couple of mor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데 주목했다. 앞서 연준은 최종금리 수준을 5.1%로 제시했는데, 향후 1~2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된다. 이번 금리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간 금리 격차는 다시 1.25%p로 벌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연합뉴스

◇ 美 정책금리 4.50~4.75%…8회 연속 인상

연준은 지난달 31일~이달 1일(현지시각)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25~4.50%에서 4.50~4.75%로 높아졌다. 지난 2007년 9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연준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냈고, 5월에는 금리 인상폭을 0.5%p로 확대했다. 이어 6월,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 연속 금리를 한 번에 0.75%p씩 끌어올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지난해 12월에는 금리를 0.5%p 추가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총 4.25%p 올렸는데, 이는 1980년 이후 약 43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이날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상 폭을 기존의 0.5%p에서 전통적인 수준인 0.25%p로 낮췄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데다, 지나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했지만,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해 13개월 만에 6%대로 내려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 과정이 시작됐고, 특히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만 13회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 연합뉴스

◇ 기대보다 온화했던 파월 기자회견…“금리인상 마무리 단계”

그러나 파월 의장은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very premature to declare victory)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3개월간 물가 지표가 하락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초기 단계이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려면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FOMC가 지난해 3월부터 사용한 표현으로, 다음달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FOMC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하지 않은 데 대해 “3월과 5월에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한 점을 들어 그간의 누적된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고, 연준의 긴축 사이클(국면)도 끝나가고 있다고 봤다. 알리안츠투자운용의 선임 투자전략가인 찰리 리플리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번 회의가 예상보다 비둘기파(dovish·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