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일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자율운항선박 '프리즘 커리지'호가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한달 전인 5월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항구인 프리포트에서 출발한 이 배는 운항거리 2만Km 중 절반인 1만km 가량을 자율운항으로 항해했다. 초대형 상선이 자율운항 방식으로 장거리 대양 횡단에 성공한 것은 프리즘 커리지호가 처음이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라 명명하고, 국제 표준을 논의 중이다. 국제사회의 선박 관련 규정은 모두 '유인 운항'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무인·자율운항선박에 대한 '뉴 노멀'(새로운 기준) 수립은 대항해시대부터 형성된 배와 관련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IMO 등 국제사회에서 이뤄지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국제 표준을 세우는 작업을 현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달 1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무인선박 개발은 몇백년 이상 이어온 선박관련 국제 규범의 수정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는 선원훈련 등에 관한 국제협약(STCW) 등 유인 규정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자율운항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이 국제기구 등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며 "한국의 조선 산업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핵심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조 장관은 꼬집었다. 그는 "선사국과 조선국, 선주국 등 각 국가의 특성에 따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선주국가는 인건비 감축 효과 등으로 지지를 하는 반면, 선원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나라에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부담으로 해당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해운 분야에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는 EU국가로선 해당 논의를 한국이 끌고 나가는 것을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라며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가면서 기술 개발과 국제 규범이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해야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고 했다.
해양산업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선 "현재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에 대한 저탄소·무탄소 논의에 이어 연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까지 '제로화' 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자율운항기술과 함께 우리가 초격차를 유지해야 할 기술 분야"라고 했다.
조 장관은 "친환경 신기술에 대한 형식 인증절차를 민간 주도로 전환을 하고, 실증 체계까지 구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형식인증 절차를 민간으로 전환하면 기술 상용화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력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 조속히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조 장관과의 일문일답.
-작년 말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 전략'에 "친환경선박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비전이 담겨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2031년까지 2540억원을 투자해 LNG 등 저탄소 기술을 국산화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형 무탄소 선박 핵심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2030년까지 공공선박 388척, 민간선박 140척 등 총 528척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민간선박도 친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조금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려고 한다."
-IMO 규제로 인해 친환경 연료 선박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현재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에 대한 저탄소·무탄소 논의에 이어 연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까지 '제로화' 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율운항기술과 함께 우리가 초격차를 유지해야 할 기술 분야이다."
-민간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늦다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기술 개발은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장선상에서 친환경 신기술에 대한 형식 인증절차를 민간 주도로 전환을 하고, 실증 체계까지 구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전기준과 시험평가, 형식승인, 검정을 민간 전문기관에서 실시해 통상 상용화까지 2~3년 이상 걸리던 것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 조속히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대해서도 애로가 많다고 한다. 특히 선원 탑승 규정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이 나온다.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관련 제도 마련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특히 기존 선박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자율운항선박법'에는 승무기준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올해 안에 이 같은 자율운항선박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이 이슈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나가야 하지 않나?
"그렇다. 무인선박 개발은 몇백년 이상 이어온 선박관련 국제 규범의 수정이 동반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선원훈련 등에 관한 국제협약(STCW) 등 유인 규정을 풀어야 한다. 자율운항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이 국제기구 등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한국에서 만든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법률이 국제사회의 논의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인가?
"IMO 등 국제사회에서 이뤄지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국제 표준을 세우는 작업을 현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 산업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 등 해양 분야 선도국가의 반발도 클 것 같다. 또 자율운항을 반기지 않는 나라도 있지 않나?
"선사국과 조선국, 선주국 등 각 국가의 특성에 따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주 인건비 감축 효과 등으로 지지를 하는 반면, 선원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나라에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부담으로 해당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조선·해운 분야에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는 EU국가로선 해당 논의를 한국이 끌고 나가는 것을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가면서 기술 개발과 국제 규범이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해야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